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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ㅣ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평점 :
추리소설을 참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는 주로 영미권 소설을 봤다면 최근 10년간은 일본 소설이 주였던 것 같은데요.
미야베 미유키, 기시 유스케, 우타노 쇼고, 다카노 가즈아키.... 닥치는 대로 일본 추리소설을 찾아 읽던 시기가 있었더랬는데 최근 2년여는 좀 뜸해졌다 보니 이 책의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나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 소개부터 먼저 해 볼까요.
1961년 기후 현에서 태어난 작가로,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받으며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했다고 하네요.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데 도전하며 참신한 시점과 충격적인 전개로 많은 독자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와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등이 출간되어 있구요.
<은수의 레퀴엠>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으로, 이 변호사가 좀 특이합니다. 살인죄로 소년원에서 복역했던 과거가 있는데, 이 살인죄가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우발적 살인, 과실치사 이런게 아니라 소녀를 살해후 토막내 유기한 살인죄라고 하니,,, 이 범죄이야기 자체가 궁금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의의 구현자로서의 변호사 이미지에는 너무도 맞지 않는 주인공입니다. 이 소설 내에서도 같은 법조인 집단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미코시바 변호사의 과거를 알게 되면 경멸하거나 얼어붙어서 무서워하거나 이런 반응 일색이죠.
평범하지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미코시바 레이지가 다루는 사건 방식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승소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비열할 정도로 가리지 않는 변호사인데 다행히(?) 승소율은 좋아서 특정 업종의 고객에게는 선호받고 있기도 한, 참 뭔가 기묘한 주인공입니다.
책의 첫 장면은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한국국적 여객선의 침몰과 탈줄하려는 사람들의 아수라장이 묘사됩니다. 평소 관리소홀로 인해 배는 안전하지 않았고 위기의 순간에서 사람들을 구해줄 구명도구조차 매우 부족합니다. 한 일본인 남자는 살기위해 자기보다 약한 여자의 구명조끼를 무력으로 빼앗아 결국 본인은 살고 그 여자는 죽게 됩니다. 일본 법정은 남자를 긴급피난에 의한 무죄로 선고합니다.
다음 장은 갑자기 10년후의 미코시바 레이지의 법정 씬. 이 사건이 미코시바 레이지의 현재와 무슨 상관이 있지?
미코시바가 기를 쓰고 맡으려 한 의료소년원 시절 교관 이나미의 살인 혐의 사건은 또 무슨 의미일까?
굉장히 정밀한 스토리텔링이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귀결되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요,
'恩讐(은수)'의 뜻은 은혜와 원수라고 해요. 읽다보면 이 제목이 참 의미심장한 소설, <은수의 레퀴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