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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없는 남자 ㅣ 한국추리문학선 2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표정없는 남자 : 한국추리문학대상 수상작가 김재희 신작 장편
이 책의 작가 김재희는 2006년 《훈민정음 암살사건》으로 등단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이후 《경성 탐정 이상》으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훈민정음 암살사건은 저도 제목을 들어보았는데 한국형 팩션의 성공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즉, 이 작품은 한국 탐정소설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작가의 최신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 탐정소설, 범죄소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단어들은 혼재해서 쓰이기도 하는데요, 미국에 빠진 범죄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비범한 탐정의 치밀한 추리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탐정소설, 범죄의 전말에 집중할 때는 범죄소설, 논리적 추리과정을 중시하면 추리소설에 가까워진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가 보기에 어떤 범주에 속한다고 하기 좀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한국 사회만의 정서를 잘 담아낸 한국형 추리소설의 전형이라고 느꼈습니다.
사실, 추리소설이라고 한다면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저에게는 영국과 일본입니다. 이 나라 추리소설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추리 트릭에 감탄하면서도 무언가 우리나라 정서와는 100% 들어맞지 않는 부분들이 항상 느껴지곤 했는데, <표정없는 남자>에서는 그런 면은 확실히 느껴지지 않았고 앉은 자리에서 지루하지 않게 휘리릭 읽어 나갈 수 있는 작가의 필력도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지만 뭔가 진 주인공은 아닌듯한 ㅎㅎ)은 프로파일러 감건호입니다. 프로파일러란 직업이 몇 년 전만 해도 참 생소했는데 요즘은 우리나라 드라마와 소설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직업이 되었죠. 전직 경찰인 감건호가 서브 주인공이 되어 진주인공인 준기와 유진의 이야기를 함께 끌고 가는 역할을 합니다.
준기와 유진뿐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민과 아픔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유진의 친구 재인, 여고생 설아, 형사 경식, 그리고 심지어 감건호 프로파일러까지... 이런 설정이 작위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더 리얼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살아가기 힘들다는 반증인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유진의 상황이나 독백에 많은 공감이 가기도 했으니까요. 이 책은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살아가지만 우리들은 너무도 외롭고 그 외로움을 위로해 줄 누군가를 항상 찾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그 외로움을 해소하려는 방법이 건전하지 못하면 데이트 폭력이던 살인이던 무고이던 여러 갈등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거죠. 데이트폭력을 다룬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집어들었다가 다 읽은 뒤에는 그런 한 단어로 표현하기엔 이 소설이 담고 있는 것이 꽤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본격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지만(추리소설의 치밀함이나 트릭 등은 크게 보이지 않아요)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모 미미여사(미야베 미유키)의 한국판 소설을 보는듯한 느낌도 살짝 받았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아픔을 잘 담아낸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작소설이라고 하니 다른 편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