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강 밤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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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커지면 나를 삼켜버린다.
무기력함과 두통 그리고 꽉 막힌 가슴.
어떤 바람도 상쾌하지 않고
손에는 땀이 배고
눈꺼풀은 무겁다.
배도 고프지 않고
누워있는 것조차 힘들고
잠에 빠져들고
또 잠에 허우적 대고.
깨어나 눈물을 흘릴 기력이라도 있으면 다행.
슬픔이 커지면 나는 잠식되어 버린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었다.
하얀강 밤배....
달빛을 받아 은색으로 잔잔히 물결치는 너른 강에
쪽배 한척이 돛대도 없이 닻도 없이..
떠있다.
고적한 기운이 꽉찬 밤공기.
세상에 상처받고 스스로에게 갇혀
게으르고 허탈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보내는 소설.... 이라고 하자.

그녀 소설은 그렇다.
주인공은 가장 슬픔에 빠지는 경우가 아니라
가장 슬픔에 빠진 이를 가장 가까이서 진술해주는 자이다.
조금은 떨어진 곳에 서서
상처와 슬픔과 고통을 설명해준다.
그래서 조금은 덜 이해하고
덜 설명해주더라도 아무런 불만이 없게 하는 것 같다.

그녀의 보너스 같은 후기를 읽고
이 이상 담담한 작가가 되어가지 말기
은근히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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