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평점 :
어느새 푸르던 녹음이 서둘러 붉은 단장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늘이 높아지고 지구의 공기가 깊어지는 계절이 오면, 하늘 아래 우리 사람들의 생각도 여유를 찾는 것 같다. 무더운 여름에 그을리고 지쳐버린 마음을 돋우기 위한 좋은 책 한권이 절실해지는 가을이 와버렸다.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분명이 있는 법인데 참 쉽게 잊고 산다. 주위에서 부고의 소식이 날아들면 그제 서야 살아있음의 기쁨과 죽음의 슬픔이 공존하는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에 '인생'과 '수업'이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의 조화가 눈에 와 닿는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인생수업>을 읽어보면 어떨까 한다.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신의학자로 자신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와 죽음 직전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험한 일들을 풀어내고 있다. 바쁘게 인생을 살아내는 우리 현대인에게 '죽음'이라는 무거운 화두로 오히려 삶의 대한 무게감을 덜어 주는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최근에 시력을 잃고 안마사가 된 30대 남자에 대한 뉴스기사를 보았다.
"시력을 잃고 더 행복해졌다고 한다면 미쳤다고 하겠지요?"
눈이 보이지 않게 되자 삶의 더 중요한 것들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그의 고백은 이 책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동일했다. 더 많이 갖기 위해서 투쟁하고, 더 좋은 위치나 지위를 얻기 위해 투쟁하고,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중요해질수록 삶에 대한 성찰은 줄어든다. 메마른 가슴속에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 들려주는 가르침이 잔잔히 전해져 온다.
-진정한 나'의 존재에 가까이 다가갈 때,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진정한 나'에서 멀어져 갈 때도 그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인생수업, p.17>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고 느껴지는 순간,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을 기회를 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때때로 '죽음'이란 단어를 곁에 묶어두고 살다보면 우리의 삶은 더 유쾌하고 따뜻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