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대로, 유계영의 시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자들 앞이라면

한마디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전작의 예민함과 감수성을 이어가면서도 

짧아서 더 집중하기 좋다. 시시한 해설 대신 시인의 에세이 한 편 덤으로 있어

좋다.



문은 계속 바라보아도 문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슬픔이다

                               -<횡단>中



울기도 지친 망막들이 태양을 노려봅니다

켜지기 전에 여러 번 깜빡이는 형광등

                             -<환상종>中



삶은 길고 지루한데 축하는 너무도 짧아서

누군가 꽃다발을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죽음을 예감하는 순간이 컴컴하지 않도록

                           -<인그로운>中



길을 놓친 발목들을 다 주워 먹고

사거리는 배가 부르다

                             -<잘 도착>中


그리고 자신이 골라낸 불량품들의 하나뿐인 아름다움을 떠올린다.

                                             -<공장 지나도 공장>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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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술라르는 사유, 뇌의 이성적 활동이 전개하는 합리적(?) 생각말고, 상상, 몽상, 바슐라르의 언어로 풀자면 시적 몽상을 경험하고자 한다. 그의 가장 만년작인 이 촛불은 촛불이라는, 혹은 촛불이 타오른다는 객관적 현상이나 사실 말고, 촛불이 인간에게 어떤 몽상의 가능성을 여는지, 또 이 가능성을 따라 추적한 느낌들은 어떤 것인지 열거한다.


바슐라르는 정신의 키아로스쿠로(명암 배분, 대비)가 몽상이라 뜻매김한다. 회화에서 때로 빛과 어둠움의 대조가 극대화되듯, 몽상가는 몽상이라는 빛과 어두움의 경계를 지긋이 바라보고 빠진다. 


주베르의 "불꽃은 축축한 불이다"라는 표현은 우리에게 어떤 몽상의 장을 마련해준다. 그것이 사유라면 하나의 역설에 불과할 것이고, 이미자라면 덧없이 금새 사라지고 말 것이지만.(35)


불꽃은 위로 흐르는 모래시계다.(36)


비주네르의 불빛과 흰빛 그리고 불의 도덕성, 더럽고 불순한 다른 색의 불들 사이로 수직상승하는 흰빛은 정화된 인간의 어떤 정신을 말한다. (41-43)


불꽃은 미미한 소리를 낸다. 불꽃은 괴로워하는 존재다. 모든 작은 고통은 세계의 고통을 나타내는 기호다.(55)


제3장과 제4장은 수직 상승하는 불과 식물의 생장 사이의 유비적 관계를 문학작품들 속에서 더듬는다. 활짝 피는 꽃이 불이라는 문학적 상상들은 단순히 몇 명의 작가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은 아니고 비교적 보편적 유비이해인 것 같은데 이를 종교적 영역으로까지 확장하여 이해하는 앙리 코르뱅Henry Corbin의 관점이 독특하다.


제5장에서 바슐라르는 몽상을 불러일으키는 램프와 각각의 램프들이 개인의 삶과 연결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재밌는 점은 램프와 달리 전구가 가진 모종의 삭막함, 전근대에서 근대로의 이행 속에서 기술이 몽상을 억압하는 양상을 잘 캐치한 대목에서 보인다. 장의 마지막에 앙리 보스코의 <히아신스>라는 작품을 예로 들며, 타인의 램프에 대해 말하는데 이를 빌려 작가는 상상의 연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좁혀지지 않는 어떤 고독에 대해 말하는 것일까.





이가림 시인이 75년도에 초판 번역한 것을 재판한 책, 

김병욱씨의 번역본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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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 창비시선 415
박신규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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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에 간간이 보이는 제주와 관련된 시편들과 제주사투리가 눈에 띈다.

예컨대 <늙은 무사>에서 시인은 무사(왜라는 제주 사투리)와 武士의 경계를 허물며

제주도 인심의 츤데레(?)한 면을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기도하고, 또 다른 시편들에서

보이는 식게(제사祭祀의 제주사투리)나 숨비소리(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같은 단어들은 처음듣는 방언이기도 하다.


아울러 시집 사이사이 놓여진 인명을 부제로 달고 있는 시편들은 

시인의 사생활과 내밀한 감정을 엿보게 하는 어떤 조각들이다.


제1부에서는 사랑, 그리움, 가족들에 대한 기억들이 좀 많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제2부는 시인의 삶 배후에 보일듯 말듯 놓여있는 존재들을 조명한다. 

제3부는 삶과 죽음 더러움과 숭고함을 향토적 언어로 덧칠한다.  


시집 속에 숨어있는 꽃과 관련된 시들을 하나의 실마리로 읽어나가도 좋을 듯하다.

제목이 가리키고 있듯이 말이다.


대표시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렵지 않은 시 하나 옮겨 적는다.



버스가 떠난 뒤 한 남자가 운다,
이번 생애 주어진 슬픔을
모조리 쏟아부을 것처럼 맹렬하게
맞은편 정류장에는 그 남자의 울음을
뭉텅 덜어와 품고 싶은,
덜어온 슬픔만큼 더 서럽고 싶은
또 한 여자가 흐느낀다

몸에서 마음속으로 
마음에서 몸속으로 들어갈수록
무구(無垢)해지다가 불식간,
섞이는 것이 눈물의 속성
눈물이 나기 시작하면 계속 눈물이 나고
눈물이 나서 더 눈물이 나는 것

생의 정오엔 우는 일만 남았다는 듯
광화문 한여름 땡볕 아래
버림받은 어깨들이 운다
울다가 버림받은 사실도 잊은 채 집중하면서
열렬하게 전력을 다해
어린애처럼 운다, 종내는
어린아이들이 운다


-<슬픔의 질량>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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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적존재, 포이에르바흐와 맑스의 이해

포이에르바하는  이 이념을 종교에 적용시켜 "신이란 실로 한 개별자로서 생각되는 종(種)의 완성된 이념이며, 신은 종이 행할 수 있는 모든 완전함을 함축하고 있다."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530658&cid=41799&categoryId=41800


노동력과 다른 일반상품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맑스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상품의 가치하락이 노동자의 노동력 가치도 하락하게 만들고 이는 노동자 임금의 하락 가능성을 내포한다.

토스타인 베블렌은 <유한계급론>에서 경쟁을 competition이 아닌 emulation(모방, 따라하기식의 경쟁)으로 정의.


맑스가 새로운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자본론>에서보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맑스는 현실의 상태를 지양해 나가는 현실적 운동을 공산주의라고 불렀다. 


더 휴머니즘적이고 철학적인 맑스의 사상은 <경제학 철학 초고>등에 보이는데 소련의 혁명 성공 이후 이런 젊은 맑스의 저작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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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여말선초의 상황을 개괄하여 이해할 수 있다. 허나 굵직한 사건 중심의 나열일 뿐, 타당한 시대적 상황과 정치 배경에 대한 이해를 담기에 만화로는 버거운 듯.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식의 가치판단도 다소 모호하다. 단지 빠르게 당시상황을 스케치해볼 수 있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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