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대로, 유계영의 시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자들 앞이라면
한마디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전작의 예민함과 감수성을 이어가면서도
짧아서 더 집중하기 좋다. 시시한 해설 대신 시인의 에세이 한 편 덤으로 있어
좋다.
문은 계속 바라보아도 문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슬픔이다
-<횡단>中
울기도 지친 망막들이 태양을 노려봅니다
켜지기 전에 여러 번 깜빡이는 형광등
-<환상종>中
삶은 길고 지루한데 축하는 너무도 짧아서
누군가 꽃다발을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죽음을 예감하는 순간이 컴컴하지 않도록
-<인그로운>中
길을 놓친 발목들을 다 주워 먹고
사거리는 배가 부르다
-<잘 도착>中
그리고 자신이 골라낸 불량품들의 하나뿐인 아름다움을 떠올린다.
-<공장 지나도 공장>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