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대로, 유계영의 시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자들 앞이라면

한마디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전작의 예민함과 감수성을 이어가면서도 

짧아서 더 집중하기 좋다. 시시한 해설 대신 시인의 에세이 한 편 덤으로 있어

좋다.



문은 계속 바라보아도 문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슬픔이다

                               -<횡단>中



울기도 지친 망막들이 태양을 노려봅니다

켜지기 전에 여러 번 깜빡이는 형광등

                             -<환상종>中



삶은 길고 지루한데 축하는 너무도 짧아서

누군가 꽃다발을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죽음을 예감하는 순간이 컴컴하지 않도록

                           -<인그로운>中



길을 놓친 발목들을 다 주워 먹고

사거리는 배가 부르다

                             -<잘 도착>中


그리고 자신이 골라낸 불량품들의 하나뿐인 아름다움을 떠올린다.

                                             -<공장 지나도 공장>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