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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운이
윤동재 지음 / 창비 / 2002년 12월
평점 :
'재운이'란 시는 참 마음이 따뜻하고 아련한 추억속에 들어 가게 한다. 내가 시골에 살던 기억들이 소록소록 되살아난다. 작가는 일상적인 소재로 가슴이 시큰한 아픔을 담고 있다. 시속에 아픔도, 사랑도, 따스함도 온전히 담고 있다. 우리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은 시다.
할머니 입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 넣어 주실 때마다
할머니도
아-
아-
입을 크게 벌리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이
밥 한 숟가락
입에 물고
오물오물거릴 때마다
할머니도
내 동생을 따라
입을 우물우물하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닭과 나
닭들은 참 신기해요
먹을 게 있으면
혼자 먹지 않고
꼭 동무들을 불러모아
같이 먹지요.
나는 맛있는게 있으면
동생에게
주지 않고
나 혼자만
먹어 치우는데.
닭들은 참 신기해요
해가 질 때면
꼭 동무들을 불러모아
횃대에 올라
같이 자지요.
나는 밤에
잠잘 때
엄마 옆에
눕겠다며
늘 동생과 다투는데.
소
소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매를 맞는다
소는 무거운 짐을 나르는데
매를 맞는다
소는 말도 잘 듣는데
매를 맞는다
매 맞는 소를 보면
눈물이 나올라 한다.
우리 소가 아니라도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