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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아예 관심이 없다, 혹은 잘 모른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아는것이라곤,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라는것.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책이 많이 출간되고 많이 읽히고 인기가 많다는것.
하지만 나는 한번도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추리는 좋아하는데...스릴러 라던지 공포를 너무너무 싫어한다.
아주 옛날 스타일의 추리. 홈즈 이야기 같은 케케묵은 스토리가 나는 좋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들은....어쩐지 스릴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좀더 섬뜩하고...섬칫한 소름이 돋는....
무언가를 풀어내고 그 과정에서 오는 희열을 즐기기보단,
인간의 내면의 섬뜩하리만치 정제되지 않는 날것의 욕구들을 파해치고 고발하는 느낌.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불편하기도 하다.
그런글들을 읽고 나면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곤 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선이 색일 잃어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팍팍한 세상, 좀더 아름답게 ... 좀더 예쁘게 바라보고 살고 싶은 본인의 소망과는 다르게
폐부 깊숙히 찔러드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추악함.
감추고 싶은 숨겨진 마음속의 날것의 감정.
똑바로 마주 하고 싶지 않는 나자신의 이기심.
이런감정들과 마주하게 되고
인간의 대한 존엄성을 잃어버린 시선을 만나게 된다.
예의 차리고 곱게(?) 해부한 시체가 아닌
갈갈이 찢기고 뜯긴 끔찍한 사체를 만나는 기분.
그래서 일본 작가든 한국 작가든 외국 작가든 .......요즘의 추리소설을 펼쳐보기조차 두려운게 사실이다.
그것이 인간의 진짜 실체라고 하더라도 .....가끔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도 존재하는 법이니까.
일본작가들 책을 참 많이 보는데.....
덕분에..그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단 한권도 본것이 없다.
한참전에 친구가 독소 소설을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구매한적이 있었다.
단편이라고 해서......한,두편 정도 보다가 친구에게 주었었는데
그때 느낀 감정도 ........불편함 이었던것 같다.
인간의 대한 통렬한 해부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에.
특히 "엔젤" 을 보고..........할말을 잃었다.
전적으로 동감하며, 전적으로 좌절했다.
아. 그래. 나는 이런 인간이었지.
인간은 그런 존재였어.
'인간' 에 대한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날카로운 시선!
정말로.
살면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는 시선을 가진 사람.
그의 눈빛 한번이면 내 모든것이 발가벗겨져 까발려질것 같은 기분.
무섭다.
엔젤은 날것그대로의 사실이었고 진실이었지만
내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걸 끝으로 나머지글을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 흑소소설을 샀다.
이번 여자는......어쩐지 좀 무섭다. (표지를 볼때마다 놀란다..;;)
하지만.
외려 독소보다 나에겐 가볍다!!
정말 제목에 따라 내용이나 분위기도 틀린걸까?
기본적인 날카로움과 놀라울 만큼 속을 꿰뚫는 시선은 여전했지만
어쩐지 이번책에선 정말로 피식 피식 웃음이 나곤 했다.
이번책에는 출판업계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물론. 작가의 사전 지식이 가장 풍부할지도 모를 코드이기 때문에
혹은. 그들에게 시원한 한방을 날려주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지만.
베이스가 출판업계일뿐.
인간관계에 대한 이중성과 모순.
'나' 라는 존재가 가지는 터무니없는 우월감과 자신감.
같은 사건에 얼마나 다른 시선으로
같은 말에 얼마나 다른 의미로.. 우리가 타인을 만날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글이었다.
씁쓸하면서 실소가 났던것은 아마도
나 조차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 라는것을 유지할때
저런모습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글속의 누군가 처럼 나도 그때 속뜻이 다른 말들을 내방식대로 해석하고 혼자 허황된 상상에 가득차 있었을테고,
먹고 살기위해, 혹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위해
속마음과는 다른 수많은 비지니스용(?) 언어를 구사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뱉은 말들은 과연. 모두 진심이었을까?
신데렐라 백야행.
카하~ 그 아름답던.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었던. 바로 그 동화가 이렇게도 해석될수 있구나.
작가의 이 기발한 생각들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감탄의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글.
참. 신데렐라 마저도 신랄하게 꿰뚫어버리다니...ㅋㅋㅋ
그저 웃음만...ㅎ
시력 100.0 과 스토커 입문 ...이것도 인상적 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기때문에 얻을수 있는 인생의 행복감.ㅋㅋ
다른 여러가지를 빗대어 표현한건지도 모르지...ㅋ
스토커 입문은.
끝에 무언가 있을것 같은데...하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에 씁쓸해져 버리고 말았다.
결국 ...... 그여자의 허영심 때문이 아닌가.!
관심받고 인기있는 여자다! 라는 그 증거를 .........타인들도 알게 하려고.
인간의 충족되지 않는 허영심의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블랙 코미디' 라고 한다.
세가지 시리즈가 말이다..
읽는 내내 나는 반문했다.
어디가 어떻게? 나는 어느부분에서 웃어야 하는가......
내가 지금 일본의 웃음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것인가....
그래도.
흑소는 좀더 편하게 읽어서 인지.....종종 웃음을 터트리곤 했지만.
독소를 다시 읽어야 할듯하다.
마음의 불편함(속내를 들키는것에 인간은 누구나 민감하니까)을 치루고서라도
읽고싶어 지는 책이다.ㅎ
하.
히가시노 게이고.
아무래도 무서움을 감수하고라도, 순수(이 순수가 그 순수가 아님을 아시기 바란다)를 잃고서라도 그의 모든 작품을 읽어야 하는것인가.
딜레마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