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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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나는 그 말을 누구에게 건네고 싶을까.

사랑이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떨림이나 설렘 따위를 잊은지도 오래다.
이제는 사랑 앞에 긴장하지도 초조하지도 않다.
주어진 삶에 순응하는 것처럼 사랑도 시간 앞에 순응해 일상이 되어간다.

차곡차곡 일상의 먼지와 함께 쌓인 사랑들.
후에 어느 날,
내가 숨 쉬는 모든 날들이 사랑이었노라 말할 수 있기를.

사랑은 오래되어 설렘을 잃었지만
여전히 사랑은 사랑인 채로 아름답다.



 

 

 

 

오랜만에 만난 최갑수님의 에세이.
여행 에세이로 만 만나다가 사랑에 관한 감성적 해석이 담긴 글로 만나니 무언가 묘하다.
원래도 감성적인 문장이 트레이드 마크인 분이다 보니 역시 이 글 또한 감성 충만.

각 장마다 만나게 되는 어느 책의 한 구절, 시의 단편들, 가사에 담긴 이야기들이 반가웠다.
최갑수님의 감성적 글과 어우러져 더 폭발하는 감성을 뽐냈던 글들.

목차만 봐도 그가 얼마나 단어를, 문장을 고르고 골라 적었는지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있다.
덕분에 짧은 한 줄의 소제목들로도 감정이 뭉클 움직이는 순간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을 오해해서, 당신을 오역해서,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죠.

나는 당신을 알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그게 사랑이니까요.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아름답고 선명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리워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닐는지.

 

우리의 삶이 겹쳐져 한결 짙어진 부분을 사랑이라는 말로 부를까.

 

 

사랑에 관한 짧고 군더더기 없는 글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시인의 에세이는 그래서 좋다.
같은 단어로도 전혀 다른 감성을 지닌다.
한 줄의 문장으로도 놀라울 만큼 깊은 감정을 드러낸다.
시인의 언어는 그래서 깊고 쓸쓸하고 다정하다.


 

 

 

 

마치 산문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의 글들.
몇 번씩 다시 읽었다.
구절구절마다 너무 좋아서 시를 읽듯 다시 읽고 또 읽고.
이젠 시를 쓰지 않는다는 말도 거짓인 듯... 넘치는 시인의 감성에, 언어에, 눈빛에 감탄한다.


마당이 없어 가난한 나도 비에 젖은 나뭇잎 소리를 들을 수가 없고,
인생을 잊기 위해 만난 그를
잊지 않으려고 남은 생을 살아가는 중이다.

어쩌다 보니, 하필 오늘 비가 내리는 가난한 오후다.


 

 

 

 

글도 글이지만
그의 사진도 너무 좋다.
그동안은 그의 책들을 보며 풍경에 눈을 두었었는데, 이 책 속에선 인물에 더 눈이 갔다.
그가 담아낸 사람들의 표정.
그 표정들이 어쩜 이렇게 눈을 사로잡는지.
사진을 찍는 순간 대상을 사랑한다는 그의 마음이 이런 아름다운 사진으로 탄생하나 보다.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사랑하는'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일상에 침몰되지 않고 낯섦을 짊어지고 세상을 부유하기에 이렇게 섬세하고 깊이 있게 사랑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된 걸까?
먼 곳에서 바라보는 사랑과 그리움은 얼마나 더 간절하고 절실한 걸까?
떠나기 때문에, 늘 어딘가를 헤매고 있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젊은 모양이다.

한참 어린 내가
일상에 침몰당해 늙어버린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젊음을 잃은지 너무 오래된 노인이 되어버린 기분.
사랑을 애틋해하지 않는 순간, 우린 모두 대책 없이 늙어지고 있다.

익숙해져서 소중한지 모른 채 내버려 둔 내 사랑의 조각들을 윤이 나게 반들반들 닦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한 책이었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최갑수의 여행하는 문장들의 연작이자 마침점 같은 책이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이라고 한다.
연작이니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
책꽂이에 있던 책을 나도 꺼내 놓았다.

 

 

 

 


 

<위즈덤하우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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