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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
정헌재(페리테일) 지음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어릴 적에, 아니 내가 청춘의 덜 핀 봉오리쯤 되었을 적에, 너무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에, 페리테일이 나에게 말을 걸었었다.
머리카락은 딱 두 가닥뿐인 동글한 녀석이 씨익 웃으면서 괜찮다고, 다 잘 될 거라고 그렇게 내게 주문을 걸었다.
보고 있으면 괜히 빙그레 웃게 되고, 설레게 되고, 위로가 되어주던 페리테일.
이제는 파릇한 청춘을 지나 녹음 짙은 젊음의 후반부 어디쯤을 달리는 내게,
어느 순간 잊고 있던 감성이 똑똑 문을 두드렸다.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어 세상 때가 묻는 동안 당신은 어떻게 살았는지,
당신은 아직도 그렇게 푸른 청춘 같기만 한지,
청춘의 불안과 청춘의 슬픔과 청춘의 무모함과 청춘의 긍정을 여전히 지닌 채 살고 있는지,
여전히 얼뜨기 같은 스물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혹여 당신도 나처럼 나이 들고 지친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 스물 언저리에 만났다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된 친구의 안부를 묻듯 당신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당신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쉼과 희망이 되어주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