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유전자로 완벽히 연결된 '단 한 사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일까?

 

 

사랑은 화학작용일까?

혹은 두뇌의 착각이거나 페로몬의 끌림 같은 것?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랑은 가슴이 시킨 일'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음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우리가 그저 있다고 믿고 살아가는 것이지 과학적으로 마음을 증명해내긴 어렵다.

사랑도 마찬가지.

형태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잡아둘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믿는다.

그 사랑이 영원하기를 꿈꾼다.

 

사랑의 영원을 꿈꾸면서 우리는 불안과 의심을 싹 틔운다.

진짜 우리가 서로의 반쪽일까?

'영원히 사랑했습니다'로 끝나는 동화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 우리는 늘 불안하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은 소설이 나왔다.

유전자를 매칭해서 서로의 완벽한 상대를 찾아 주는 일.

그것이 가능한 세상이 펼쳐진다.

유전자를 통해 찾아낸 나의 단 한 사람,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겠습니까?

 

 

 

 

'DNA 매치'는 생물학과 화학물질, 과학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과학이 우리의 사랑을 증명하는 시대가 왔다.

사람들은 처음엔 반신반의하지만 곧 DNA를 통해 만난 매치와 사랑에 빠진다.

전율을 느끼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기꺼이 그 사랑에 몸을 던진다.

 

더 이상 사랑을 찾아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고, 새드엔딩으로 끝날지 모를 동화의 마지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이 찾아주는 운명의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DNA를 등록하고 그 상대를 기다린다.

그렇게 완벽한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사랑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DNA 매칭에 대한 믿음은 한없이 굳건해진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DNA 매칭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DNA를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자신의 매치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운명의 단 한 사람이 DNA를 등록하지 않았다면 영영 매치를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매치가 나타날 때까지 그 시간의 공백을 매우려고 사람들은 다른 데이트 상대를 만나지만, 그 상대에 대한 믿음이 없다.

그러니까 DNA가 그 상대가 바로 너의 운명이라고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랑이 완성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사람들은 이 사람이 나의 운명일까를 고민하지 않게 되었고, 그저 인터넷으로 받은 결과값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이미 결혼한 부부도, 오랫동안 사랑을 이어온 커플도 그 DNA의 데이터 값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살던 부부가 어느 날 DNA가 정해준 운명의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가정을 깨트리고 떠나는 일이 빈번해진다.

심지어 성적 취향마저 DNA 매칭 앞에 무참히 무너진다.

 

하지만 그 DNA 매칭을 발견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그들의 반쪽을 알려주고 있는 과학자이자 사업가인 사람은 말한다.

DNA 매칭의 힘으로 사람들의 편견이 깨지고 있다고.

더 이상 성소수자가 손가락질 받는 일이 없어지고(어차피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DNA에 명시된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니까),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가르는 인종차별의 벽도 낮아졌고(매칭은 나라와 인종을 뛰어넘어 이루어진다), 이혼율 또한 낮아졌으니 결과적으론 더 나은 세상을 만든 것이라고 말이다.

 

진짜 과연 그럴까?

더 이상 진정한 나의 반쪽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상처받고 상처 주는 연애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그들은 정말 행복해졌을까?

 

 

 

 

놀랍게도 이 책은 스릴러다.

운명이니 소울메이트니 사랑이니 하는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이는 책이 왜 스릴러일까.

어쩌다 사랑이 스릴러가 되어버렸을까.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사랑이 의외로 스릴러적이라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엔 DNA를 등록해 단 하나의 매치를 찾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의 매치는 때로는 이미 죽어버린 사람이기도 하고, 동성이기도 하며, 거짓말쟁이이거나 연쇄살인마이기도 하다.

그들은 다 각각의 이유로 매치를 찾아간다.

그리고 사랑을 완성하고 싶어 한다.

꽃길만 걸으라고 알려준 DNA 매칭은 그들 앞에 진짜 꽃길을 안내해 줬을까?

과연 DNA가 알려준 답은 진짜 정답이었을까?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완결되었을까?

 

DNA가 정해준 진짜 운명이 따로 있다면, 당신은 지금 잡은 그 손을 놓을 것인가? 놓지 않을 것인가?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늘 전전긍긍하는 우리들에게 '정답만'을 알려주는 곳이 있다면 우리는 그 정답을 궁금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DNA 매칭을 철석같이 믿는 그들을 우리가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안에 항상 불안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불안을 잠재워줄 정확한 결과값을 외면하기란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의 끝을 바라보는 일이 씁쓸했다.

그것이 해피이든 새드이든 상관없이.

 

 

 

 

책장을 덮으며 가장 오랫동안 남았던 생각은 하나였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당신은 상대를 얼마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무것도 모른 채 '운명'의 이름으로, 'DNA'의 힘으로 사랑을 이뤄낼 수 있을까.

상대가 보여주는 빛뿐 아니라 감춰둔 어둠까지 사랑으로 모두 이해해 줄 수 있을까.

 

과연 상대는 무엇을 감춰두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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