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MAYBE - 너와 나의 암호말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 모비딕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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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의 애청자이다.

지나간 노래의 소환은 우리를 그 시대로 타임 리프 하게 만든다.

그때의 추억과 그때의 사람들과 그때의 사랑이 노래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추억 찾기 놀이를 할 만큼 어느새 나이 들어 버린 건가, 씁쓸하면서도 '지나간 어떤 날'의 시간을 회상하며 또한 즐거워진다.

 

슈가맨에 깜짝 놀랄 만큼 센세이션한 인물이 등장했다.

'90년대 GD', '탑골 GD'라 불리는 '양준일'이었다.

 

바로 그 90년대를 통과하며 가장 많은 음악을 들었던 내게도 그는 생소하기만 한 인물이었다.

(물론 나는 그때 주야장천 발라드만을 들었으니, 전혀 관심이 없었던 건지도.)

2019년에 다시 바라보는 90년대의 그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낯설지 않았다.

그냥 2019년의 인물이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세련되고 파격적이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러도 전혀 이질감이 없게 느껴질 만큼 '옛날 사람'이라고 부르기 무색한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잊혀진 가수로 존재하던 그는 50대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날렵하고 아름다웠다.

지나온 시간만큼 나이가 들었고, 그만큼 몸은 늙었지만, 그는 그냥 '양준일'이었다.

나이가 상관없을 만큼, 지금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던지가 중요하지 않을 만큼, 90년대에서 2019년에도 그는 그저 '양준일'이라는 인물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전혀 모르던 사람인데, 뭉클해지고, 감격스러웠다.

고된 시간을 견디며 50대가 되어있는 그는, 그 시간만큼 늙어버리기만 한 게 아니라 훨씬 더 넓고 깊게 성장해있었다.

멋진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나온 삶의 무게를 누구보다 묵묵히, 그리고 단단하게 버티며 무너지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그가 정말 근사해 보였다.

 

 

 

 

 

 

화제의 인물이었던 그는 삽시간에 온 미디어를 주목시켰다.

어쩌면 실패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가수로서의 지난 삶'이 다시 그를 부르고 있었다.

몇십 년을 건너, 이제서야.

 

하지만 그는 늘 감사했다.

무엇에도 감사하고, 고마워했다.

지난 시간들을 투정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오늘의 시간에 자신을 사랑해 주고, 그리워해준 팬들에게 너무도 고마워했다.

 

삶을 늘 긍정하고 기꺼워하는 그의 모습은 '가수'를 넘어, 인간적인 끌림을 불러일으켰다.

늘 긍정을 말하려고 하고, 순수하게 기뻐하며, 순간순간에 감사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흐뭇했다.

너무 나쁜 사람들이, 너무 잔인한 사람들이 자꾸만 뉴스에 나오는 요즘, 그를 보는 일에 흐뭇해지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비난과 멸시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한 사람의 인생은 이런 모습이라고, 그는 온 생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춤과 노래를 언어로 사용하던 그가, 글로 우리를 만나러 왔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양준일을 외치던 때라서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궁금함과 동시에 아주 약간의 거부감(?) 같은 것도 있었다.

뭐랄까, 너무 빠르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규정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과속 차량의 아슬아슬함 같은 느낌.

물론 그에게 2019년은 전혀 빠른 시간이 아니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책읽아웃>의 옹기종기 코너에 이 책이 소개되어 듣게 되었다.

토크쇼 같은 분위기의 코너인지라 책뿐 아니라 양준일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이 읽고 싶어졌다.

 

어느 페이지든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을 책을 쓰고 싶었다는 그.

무엇을 말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가 말하는지도 중요하기에, 지금 커다란 관심 속에 있는 자신이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

선한 기운을 더 넓게 펼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따라 걸을 수 있도록,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실제로 연예인들의 선행에 많은 팬들이 동참하고, 선한 길을 함께 따라 걷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기꺼이 말하고, 행동하기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걸까.

책 속에서 그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미워한다는 것 자체가 아픈 감정인데 그건 바로 내 아픔이다.

뜨거운 냄비를 맨손으로 얼마나 오래 잡고 있을 수 있을까? 뜨거우면 나만 아프니까 내려놓는 것이다.

P. 125 _ 미움

 

 

 

그는 너무 멋진 사람이었다.

그의 춤, 그의 노래, 그의 어떤 것도 그의 생각과 삶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그가 가진 생각과 신념과 긍정을 들여다보며, 진짜 멋진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그의 춤과 노래에 열광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의 생각과 가치관과 그의 시선과 삶의 긍정에 열광할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듯 현명하고 단단한 생각의 결정들을 얻기까지 그는 얼마나 뜨거운 불속에서 달구어졌을까.

그가 걸어온 삶의 모든 걸음들이 그에게는 오로지 영양분으로만 존재했던 것만 같다.

분명 그도 아프고, 슬프고,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수도 없었을 것이다.

좌절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로는 악을 쓰며 울부짖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단단한 결정체로 우리 앞에 빛나고 있다.

 

당신들도 얼마든지 빛날 수 있다고.

지금이 그 순간이 아닐지 몰라도, 기어코 그 순간이 찾아온다고.

그러니까 넘어져 있지 말라고, 일어서서 묵묵히 앞을 향해 걷고 또 걸으라고.

미움을 놓고 삶을 움켜쥐라고,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라고.

그는 자신의 삶으로 우리의 삶을 응원한다.

 

멋지다.

새삼 다시 한번 반한다.

 

 

 

내게 돈은 우산 같은 것이다.

많으면 나눌 수 있는 것.

하나라면 나와 내 가족이 써야 하지만

남는 것이 있다면 곁에 있는 사람들이나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거 써"라고 건넬 수 있는 것.

P.248~249 _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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