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너무 많이 봤다. 그 이유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내가 베푼 호의는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되었다.
_ P.40
매일매일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많은 것들을 얻고, 또한 많은 것들을 잃는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절망하고, 사람으로 인해 치유되고 희망을 노래하는 우리들.
그래서 늘 인간관계는 어렵다.
옳고 그름도, 좋고 싫음도 늘 모호하다.
오늘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내일은 오답인 경우가 허다하다.
당신과 나 사이에 난 수많은 길들 중에서 어떤 길로 당신에게 가닿아야 하는지를 몰라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맴돈다.
좋은 사람과 만나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지만,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미움이 되기를 반복하는 시간들.
수많은 당신들과 만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길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관계가 힘들고, 관계에 상처받기 일쑤인 우리들에게 오늘 필요한 것은,
지치고 피곤한 오늘을 쉬는 일.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인간관계, 자존감, 사랑, 인생
이 모든 것에 지친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
사실 나는 좀 더 다정하고 포근하고 나른한 글을 생각했었다.
지친 하루의 끝을 쉬게 될, 내 방, 내 침대, 내 이불의 포근한 안락감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표지와 제목이 딱 그런 느낌을 떠오르게 했으니까.
이 책은 조언서에 가깝다.
내겐 그렇게 읽혔다.
고민을 토로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는 작가인 듯하다.
실제로 글에서도, 자신의 글을 읽고도 답을 찾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인스타로 상담도 해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니 글이 조언의 뉘앙스를 깊이 풍기는 모양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인간관계에서 오는 힘듦에 관한 이야기,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가 정답을 알기 힘든 일들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방법들을 공유한다.
그를 통해 누군가가 위로받고, 방법을 찾고,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삶은 살수록 더 모호해진다.
나이가 들면 정답을 알게 될 거라고 기대했지만, 어디에도 정답이라는 것은 없는 것만 같다.
오히려 정답을 모르던 때, 어리고 미숙하고 부족하던 그때가 더 삶이 선명했었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글은 단호하고 선명하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불투명한 무언가를 견디기 싫어했고, 명확하고 선명한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직접 겪으며 알아낸 삶의 진실들을 정답이라 확신했었다.
지금보다 되려 그때, 좋고 싫음이 더 분명했고, 선과 악의 기준마저 선명했다.
내가 아는 것들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기를 즐겨 했고, 서로의 답을 확인하며 새로운 답안지를 작성해나갔다.
그때의 나는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나의 대답들도 점점 더 모호해진다.
객관식 답안에서 골라낸 정답이 하나인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모두 고르시오' 문제를 잘못 읽은 기분이 든다.
하나의 정답만을 고르기 힘든 문제들이 점점 더 늘어만 간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이 맞았는지, 그때는 맞고 지금이 틀린 건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다.
유연해지고 있는 게 아니라 우유부단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둥글어진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경계가 옅어지고, 열린 문이 많아진다는 것이 과연 내게 이로운 일인 걸까?
이해의 폭이 점점 더 넓어지는 일은, 사실은 확신을 점점 잃어가는 일은 아닐는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옅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 건지.
문득 의문이 든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겸손은 자신을 과장되게 포장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본다. '나'와 '남'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자신을 낮추는 자세는, 말 그대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을 말한다. 안 그래도 타인이 나에 대해서 평가하고, 이렇다저렇다 할 평가들을 내릴 텐데 미리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있다.
P.110~111
답을 알지 못한 채 한없이 무너지고 있을 청춘에게 이 책은 다정한 오빠 같고, 듬직한 형 같은 역할을 해 줄 것만 같다.
경험은 아직 부족하고, 선택의 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을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이십대 청춘에겐 좀 더 명확하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조언들이 필요한 법이니까.
누군가의 말들이 내 삶에도 맞춤옷 같은 정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 글, 생각을 통해서 우리들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고민이 있고 힘들 때마다 우리는 책을 읽고, 가까운 누군가에게 기꺼이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그저 캄캄하기만 할 때,
내일 내디딜 발걸음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고민하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
이런 책이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 같다.
내게는 위로로 다가오기보다는 공감 가는 말들로 읽혔던 책이었지만, 분명 읽는 사람에 따라 커다란 위로로 가닿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마음이라는 것은 전해지기 마련이니까.
아쉬운 점 한 가지.
문장을 읽다가 덜컥이는 부분이 꽤 있었다.
문장에 담긴 내용이 아니라, 그냥 문장 자체의 매끄러움의 문제인 듯하다.
종종 조사가 잘못 사용되어 있는 문장도 있어서 문장의 뜻이 한 번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기도 했다.
워낙 천천히 글을 읽기도 하고, 문장의 매끄러움에 집착하는 편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가독성을 위해서도 사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말에 의해서 자기 자신을 판단 받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남 앞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놓는 셈이다."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