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의외로 생각보다 대단치 않은 경우가 많다.

길 가다 발견한 작고 예쁜 꽃 한 송이, 몽글몽글한 털로 뒤덮인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와의 마주침, 피곤할 때 혀끝에 닿는 진한 달콤함, 향기 좋은 커피 한 잔의 여유, 문득 바라본 하늘의 푸르름.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들에 우리는 웃음 짓고 행복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을 처음 받고, 페이지를 넘기며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났다.

대단한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니고, 엄청난 깨우침을 전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인지도 모른 채 웃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핑크색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데, 핑크빛 표지와 내지를 보는 내내 기분이 즐거워졌다.

왜 나는 즐겁지? 왜 나는 웃고 있지? 왜 단순한 몇 줄의 글에 위로 받는 기분이 드는 거지?

낯설고도 신기한 순간이었다.

 

책이, 솜사탕 같았다.

너무 달아서, 끈적여서 사실 잘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핑크빛 솜사탕을 마주쳤을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오곤 한다.

보는 것으로도 '달콤한 행복'의 맛이 혀끝으로 느껴지는 것만 같으니까.

핑크 토끼의 몽글거림, 밝음과 긍정, 노력과 웃음이, 솜사탕을 보고 내가 유년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아이 같은 웃음이 튀어나와 버리는 것처럼, 그런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너무 다정하고 따뜻한 핑크다.

 

 

 

 

 

이민자 2세로 자라온 작가는, 한국과 미국, 일본, 이 세 나라와 연결되어 있었지만,

「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외로움, 정착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듯한 나 」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했고, 「 아무도 나를 이해 못 할 거라는 고립감 」에 빠지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좋은 리스너'가 되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자신을 닮은 캐릭터 '에스더버니'다.

그렇지만 이제 그녀는 누군가를 위한 좋은 리스너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를 위한 좋은 리스너가 되기로 결정한다.

 

늘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배려해야 했던 안테나를 '에스더버니'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기로 한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들도 자신의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의 내면에는 한 명의 에스더버니가 살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수많은 버니들이 존재했고, 다른 모습, 다른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처음에는 진짜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갈팡질팡했지만

모든 버니들이 나라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나의 모습을 즐기기로 했어요.

♥ 23

 

 

우리 속에도 너무 많은 '다른 나', 혹은 '낯선 나'가 존재한다.

내 속에 이런 모습이 있었나 당혹스러운 순간마저 마주치게 된다.

그렇지만 그 모습이 좀 부족하거나 밉더라도, 내 속에 숨어있던 또 다른 나를 너무 업신여기거나 모른체하지는 말자.

저자가 자신의 모든 버니들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우리도 나의 또 다른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사랑해야만 한다.

부끄러운 나, 우울한 나, 상처받은 나를 더 다정하게 다독이며 안아줄 필요가 있다.

어떤 한 가지 모습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그 틀 속에 스스로를 꾸역꾸역 밀어 넣으려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다.

그것도, 이것도, 저것도 모두 나의 모습임을 인정하고 나면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

우리는 모두들 자신 안에 또 다른 '나'를 가지고 있고, 그 '또 다른 나'가 늘 익숙하거나 친숙한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다.

'낯선 나'의 모습을 좀 더 똑바로, 좀 더 다정히, 좀 더 깊이 바라보며 스스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 사이에 좀 더 나은 '나'가 되어있지 않을까.

 

 

 

 

 

느리게 가더라도

나답게 지금을 살아가고 있어요

 

속도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에요.

움푹 파인 곳에 떨어지거나

가장 길고 느린 경로로 가는 경우도 많지만

이게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자 나만의 길인걸요.

 

♥38

 

 

 

불쾌한 상황에 나를 맞추지 말아요.

 

 

날 미워하지 말아요

 

 

하지만 내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요

♥140

 

 

 

 

 

무엇을

가장 많이 보는지가 중요해요

 

우리는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됩니다.

자꾸만 울적해지는 주말에는

내 마음에 좋은 것들을 공급해야 해요.

가끔씩 내 머릿속에 무엇을 넣는가를 확인했으면 해요.

보는 대로 된다는 걸 기억하세요.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무엇을 제일 많이 보았나요?

 

♥167

 

 

 

지난 일주일 동안 내가 무엇을 가장 많이 보았는지 묻는 질문에 뜨끔해졌다.

내가 보는 대로 된다는 것, 내가 소비한 것이 결국 내가 된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소비했던가.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아마 나처럼 뜨끔한 사람이 많지 않을까?

 

내가 소비한 것이 결국 내가 되는 것이라면, 나는 좀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해야겠다.

내가 보는 대로 내가 되어진다면, 나는 좀 더 아름다운 것을 눈에 담고, 좀 더 가치 있는 것들에 눈을 오래 두어야겠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 짧은 문장으로 너무 쉽게 우리에게 일러준다.

내가 오늘 보고, 듣고, 소비한 것이 결국 '나'가 되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을 허투루 살 수가 없는 건가 보다.

 

나는 이제 더 다정하고, 더 사랑스럽고, 더 따뜻한 것들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다.

 

 

 

 

 

모든 것을 짊어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늘 상대방의 입장이 되고는 했어요.

하지만 그런 나의 행동이 내 건강을 해친다는 걸 알았어요.

 

상대를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

나의 행동을 끝없이 수정하다가는

결국 내가 사라져버리고 말아요.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내버려 둬야만 해결되는 일도 있고,

시간이 흐른 뒤 내가 다른 관점을 갖고 다시 마주할 때서야 해결되는 일도 있어요.

 

♥79

 

 

 

책장 한 장 한 장마다 사랑스러움과 다정함이 듬뿍 담긴 책,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지칠 때마다 초콜릿처럼 꺼내 먹고 싶은 책이다.

혀끝에서 녹아들며 지친 나를 다독여줄 것만 같은, 잔뜩 다정한 책.

 

어른에게도 이렇게 손끝의 온도에 사르륵 녹아버린 것 같은 달콤한 위로가 필요하다.

 

 

 

 

 

'잘'하는 것보다

'계속'하는 게 중요해요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세요.

계속 꿈꾸세요.

계속 노력하세요.

계속 찾으세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잘'이 아니라 '계속'이에요.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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