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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ㅣ 1일 1페이지 시리즈
데이비드 키더.노아 D. 오펜하임 지음, 허성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간접 경험을 얻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기를 희망한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좁은 독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읽는 책의 대부분이 소설과 시, 에세이에 국한되어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 책을 왜 읽느냐고 물으면, 첫 번째가 재미있어서이고, 두 번째가 감정의 공명을 원해서이다.
그리고 좀 더 깊이 들어가서 왜 읽느냐고 물으면, 누군가의 삶을, 누군가의 선택을 이해하고 싶어서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되어 책 속에서 들려주는 누군가의 속내를 들어야만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삶의 다양성을 나는 책을 통해 경험하고, 그렇게 누군가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긍정하게 되고는 한다.
그런 내게 지식을 위한 책 읽기는 솔직히 좀 멀리 떨어진 이야기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나의 독서 편식에 대한 갈증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만 보고 읽는 게 뭐가 나쁘냐고 자기 합리화를 했었는데,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비단 누군가의 삶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지식들이 책을 통해 오랜 시간 쌓이고 전해져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전해진 지식과 현명함으로 인해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굳건한 것을 믿는다.
나도 이제 감성적인 독서에서 조금 다른 발을 옮겨 볼까 싶다.
나의 무지가 부끄러울 지경은 아니지만, 무언가 하나라도 더 알게 된다면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러니까 나처럼 갑작스런 독서 패턴의 변화를 꾀하는 사람에게 아주 필요한 책을 발견했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일단 제목부터 부담이 적다.
하루에 한 페이지만 읽어도 된다면, 어떤 어려운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해도 충분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게다가 역사, 문학, 미술, 과학, 음악, 철학, 종교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다면 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제목에서 진입장벽을 확 낮춰주니, 책을 선뜻 손에 들기가 쉬워졌다.

이 책의 처음은 마치 고심해서 어떤 시작을 고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파벳.
그러니까 문자의 기초다.
책을 읽기 위해서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
바로 거기서부터 책은 시작되고 있다.
지식백과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각각의 글들은 전문가의 감수를 거쳐 사실만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연달아 쭉 읽다 보면 약간의 딱딱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매 페이지마다 전혀 다른 분야가 등장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완충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역시나 내가 평소에 좋아하고 즐기는 분야를 훨씬 더 재미있고 편하게 읽었다.
문학과 미술 분야는 기초적인 지식부터 작품과 건축물, 작가와 화가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
한 페이지에 등장했던 작품은 실제의 미술품으로, 화가는 그 화가의 다른 그림들로 나를 인도했다.
책을 좋아해서 문학 작품은 그래도 많이 알고 있다고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지식들로)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작품과 작가들 중 낯선 이름들이 꽤 많아서 당황스러웠다.
결국 한 권의 책이, 아니 짧은 한 페이지의 지식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어 줄 것만 같다.
철학은 어려운 분야지만 늘 읽을 때마다 흥미가 있는 분야라서 관심 있게 읽었다.
물론 역시나 호락호락한 분야는 아닌지라 여러 번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러라고 1일 1페이지라는 제목을 붙여 놓은 것이겠지만.ㅎ
생각지 못하게 의외로 내게 어렵게 느껴졌던 분야는 과학이었다.
신기하고 재밌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읽고도 완전한 이해가 불가한 부분도 있었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도 있고, 생소한 것도 있었다)
과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읽는 순간 글로는 이해가 되었다 해도 지식으로서 나에게 남겨지기엔 좀 모자랐던 것 같다.
원론적인 설명 보다 좀 더 쉽고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의 설명이 내게는 필요했던 모양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관심이 있는 분야는 좀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반면, 무지에 가까울 만큼 관심이 없던 분야에 대해서는 내 것으로 흡수되는 느낌이 현저히 흐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한 번에 이 모든 지식을 내게 몰아넣으려는 욕심보다는 제목처럼 천천히 차근차근 하루하루 읽어 나가는 독서법이 좀 더 좋을 것 같다.
한 페이지는 좀 적고 하루에 서너 장쯤, 내 것으로 스며들 만큼씩 읽기를 추천한다.
무엇보다 바쁜 직장인들이 짬짬이 이동시간에 읽기에 너무 좋을 것 같다.
길게 이어지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짧은 시간만큼 읽고, 또 다음날 그다음 장을 읽어도 전혀 무관하니까 말이다.
나는 곁에 두고 매일 밤 하루 한 장씩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서평 때문에 급하게 읽느라 놓친 부분들을 천천히 다시 곱씹어 봐야겠다.
너무 방대한 지식의 양을 짧은 시간에 읽어내느라 제대로 저장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니까.
이 책 속의 지식들이 온전한 내 것이 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매일매일 느린 독서를 시작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