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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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악몽으로 바뀐 완벽한 엄마들의 단 하룻밤 일탈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생후 6주 된 아기가 사라졌다

 

두 달 전 아기를 낳고 모임 '맘동네'에 가입한 초짜 엄마들,

한순간도 쉴 수 없는 고된 육아에 시달리던 엄마들은 기분 전환을 위해 아기를 맡기고 잠시 외출하기로 한다.

그날 밤, 베이비시터가 잠든 사이 싱글맘 위니의 아기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20년 전 TV 드라마의 하이틴 스타였던 위니의 과거와 그날 밤 엄마들이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납치 사건은 뉴욕 전역을 뜨겁게 달구는데 …

그리고, '자격 없는 엄마들'이란 꼬리표를 단 악몽이 시작되었다.

 

<책 뒤표지 소개글 >

 

 

 

 

 

이 책은 스릴러다.

사건이 벌어지고, 주인공들은 범인을 잡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아이는 유괴당했고, 시간은 흘러간다.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유괴범은 누구인지 무엇도 알 수가 없다.

스스로의 기억마저 혼란스러워하고, 감추고 싶은 개인적인 비밀 때문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기도 하면서 인물들은 사건을 더 미궁 속에 빠트리는 역할을 한다.

프랜시, 콜레트, 넬, 이 세 명의 초보 엄마들은 익숙하지 않은 '엄마' 역할을 하기에도 벅차면서, 아이를 잃어버린 위니의 비통함을 알기에 더욱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아기 '마이더스'의 생존을 굳게 믿고 싶기에, 조급함과 불안한 마음이 육아로 지친 그녀들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집착적으로 사건에 매달리게 되는 그녀들.

과연 그녀들은 유괴범을 잡고, 마이더스를 엄마 품으로 돌려줄 수 있을까.

 

스토리만 보자면 이 책은 완벽한 스릴러 소설이 맞다.

그에 걸맞은 짜릿한 반전도 준비되어 있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상상하지 못한 인물이 주는 쾌락.

추리, 스릴러 소설의 즐거움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스릴러보다 르포나 사회소설의 영역에 발 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내가 그런 초보 엄마의 시간을 뼈아프게 겪으며 자란 '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그냥 처음부터 엄마인 것 아니냐는 너무 폭력적인 생각을 나도 어렸을 때는 했던 것 같다.

모성애는 원래부터 존재하는 당연한 성품이라 여겼다.

무엇을 포기하면서, 어떤 감정들과 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인내와 좌절과 실망과 분노를 거쳐 엄마가 되어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내가 건너온 15년의 시간들.

그리고 그 시작점에 서 있는 그녀들.

 

그녀들을 보면서 나는 스릴러의 쫄깃함보다 연민과 안쓰러움을 먼저 느꼈다.

내 시간이 파괴되고 내 생활이 엉망으로 뒤엉켜, 낮과 밤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오로지 잠들고 싶었던 시간들.

그럼에도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투쟁의 순간들.

그 속에서 대면하게 되는 나의 민 낯, 인내심 없고 히스테릭한 스스로를 견뎌내야 했던 순간의 실망들.

그러니까 그 시간들은 자신과의 투쟁이기도 하고,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기도 하고, '나'를 버리고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산고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들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들의 히스테릭과 불안과 공포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

이제 막 엄마가 된 여자들의 심리, 불안, 공포, 거기에 더해진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존재.

심지어 그 원인이 된 자리에 함께 있었던 그녀들은 더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설은 끝끝내 유괴범을 추적해나가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녀들은 가장 연약한 순간, 가장 아픈 상처들을 다시 마주해야만 했다.

사람들의 지긋지긋한 시선, 시선, 시선.

손쉬운 질타와 예의 없는 힐난들.

매스컴의 악영향 또한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소설의 진짜 얼굴은 바로 이런 사회의 그릇된 시선이 아닐까.

우리에게 선명하게 보여주는 화두 또한 유괴보다도 바로 이런 사회의 비난들일 테니까 말이다.

 

 

 

엄마는 성녀가 아니다.

엄마는 그저 한 명의 여자일 뿐이다.

좋은 엄마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폭력의 시선을 견디고 있었던 걸까.

 

모성애라는 말로 우리를 더이상 억압하지 않기를.

아이와 함께 나눈 감정과 시간이 우리를 엄마로 이끌어주는 것이지, 타인의 잣대가 우리에게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는 건 아니니까.

 

나는 좋은 엄마말고,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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