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투스의 심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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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반드시 배신을 하는 존재다. 나를 포함해서."


어두운 가정환경 속에서 성공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다쿠야.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임원실 직원인 야스코에게 접근하여 내연 관계가 된 그는 전무의 정보를 얻어내어 전무 딸과 결혼할 기회를 얻는다. 어느 날, 야스코의 임신 소식을 듣고 초조해하던 다쿠야는 뜻밖의 호출을 받게 되고, 자신의 처치와 같은 두 남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의 아버지일지도 모를 세 남자는 야스코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여 '릴레이 살인'을 모의한다. 오사카에서 야스코를 죽이고 도쿄까지 그녀의 시체를 릴레이 하듯 운반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쿠야가 전달받은 시체는 야스코가 아니었는데 ….

 

 


"완벽한 성공에 마음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책 뒷면 소개 글 >

 

 

 

다쿠야는 성공하기를 갈망하는 남자다.
좀 더 높은 곳으로, 바닥의 인생을 버리고 상류층의 인생으로 편입되고 싶어 한다.
그를 위해서라면 나시나 가문의 딸 호시코의 비위를 맞추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그보다 더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바로 그 갈망이 그를 이 살인 릴레이의 일부가 되게 만든다.

임원실 여직원이었던 야스코.
그녀는 그에게 높이 올라가기 위한 정보를 가져다줄 발판이었다.
그렇게 정보를 주고받던 그들은 어느 사이 몸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감정이 아닌 쾌락을 위해 서로를 갈구하던 그들 사이에 아이가 생겨버렸다.
끝까지 아이를 낳겠다는 야스코.
다쿠야는 고민한다.

바로 그때, 나시나 가문의 장남인 나오키가 그를 호출한다.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사위 후보인 하시모토가 함께 하게 된다.
그들은 모두, 야스코의 남자였다.
그들 중 한 명은 야스코의 뱃속 아이의 아버지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모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야스코를 죽이기로 결정했다.

자 이제 살인 릴레이가 시작된다.
서로의 알리바이가 되어줄 그들의 주행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체를 옮겨 싣던 그 순간 다쿠야와 하시모토는 공황 속에 빠져버린다.
이 시체는 야스코가 아니잖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의 계획은? 이 시체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뜻밖의 시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자,
좁혀오는 경찰의 수사망.
공모자들은 불안에 떤다.
이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이미 처음부터 살인자를 알려주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살인자가 무사히 살인을 끝마칠 수 있도록 응원하며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살인 릴레이가 시작되는 순간 함정에 빠지고 만다.

살인 모의에 동의한 순간, 그리고 시체를 운반하는 시점부터 다쿠야는 분명 살인자였다.
하지만 계획이 어긋나고, 살인자였던 그가 피해자의 길로 내몰리는 순간, 독자는 의아해진다.
그는 살인자인가 살해 위협을 받는 피해자인가.
진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 거지?
정답을 알고 시작한 줄 알았지만, 우리는 오답지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속임수로 우리를 속인 인물은 누구였을까.

 

 

 

자신의 패를 까보이고 시작하는 작가의 당당함에 의구심이 들었었다.
되려 그 솔직함이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째려보면서, 범인은 너냐? 자꾸만 묻게 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엔 범인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다.
미스터리물에서 범인이 중요치 않다니.
망언인 것 같지만, 이 책이 꼭 그렇다.

이 책에서 보아야 할 것은 범인의 정체가 아닌 것만 같다.
로봇처럼 차가운 두뇌만을 가진 이들.
권력과 탐욕에 사로잡힌 이들.
그들이 1%의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버리고 있는가.
그 1%의 삶을 좇기 위해 망가져가는 인간적인 마음들. 그렇게 무너져버린 인간의 최후.
그 속에서 현대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마주하게 된다.
책 속에서처럼 극단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우리는 지금 인간적인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티브이 속, SNS 상에서 보여지는 화려하고 빛나는 삶을 동경하느라 정작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차가워져가는 심장을 다시 데워야겠다고 문득 생각하게 된다.

결핍은 우리를 더 성장하게 하지만, 자꾸만 우리의 온도를 떨어트려 차가워지게 만든다.
빛나는 두뇌가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지만, 뜨거운 심장 또한 반드시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마음을 잃은 똑똑함은 로봇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지 않나.

 

 

'트릭을 독자에게 먼저 알려주고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도서형 추리소설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세계를 결정짓는 원형과도 같은 작품'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라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1989년에 발표되었다.
발표 시기를 꼭 유념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CCTV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할 만큼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불가능한 소설이니까.
올드 한 추리소설의 매력을 흠씬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CCTV 때문에 요즘 추리소설은 참 피곤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ㅋㅋ
과학의 빛나는 발전이 추리 소설의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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