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나태주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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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시는 유명하기보다는 유용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시를 읽고 바라보는 시인이, 이 시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지친 마음에 위로와 축복과 기쁨이 될 만한 시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골랐다.

_ 책날개 엮은이 소개 중 발췌.

 

 

어릴 적에, 그러니까 사춘기 시절에 시를 참 많이 읽었었다.
감성이 넘치도록 터져 나오던 시절, 나도 시인이 될 거라는 엄청난 꿈을 꾸었었다.
이제는 오래되고 낡아 바스러져 흩어져 버린 소멸된 꿈.
나이가 들고 깊어지면 어쩌면 나도 시라는 것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시간이 살아있는 모든 것을 깊어지게만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여전히 시를 읽고만 있다.

그 시절 나는
따뜻하고 다정한 시를 좋아했고, 허무하고 염세적인 시를 사랑했다.
어쩔 수 없이 타고난 성품이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어있었고, 사춘기의 비딱함과 상실의 고통이 허무에 허덕이게 만들었었다.

극과 극을 달리던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시들이 한 권에 책 속에 다정히도 담겨있다.
조병화 시인의 시를 읽으며 세상에 미련이 없던 시절, 안도현 시인의 시를 읽으며 그래도 다정해져야겠다고 다시 세상으로 눈 돌리던 시절.
그 시절의 나와 조우한다.

 

 

 

 

 

이 책에는 여러 시인들의 시가 실려있다.
우리 귀에 익은 시인도 있고, 낯설게 읽히는 시인도 있다.
그 옛날의 시, 근대의 시, 현대의 시가 다정히도 얽혀있다.
허난설헌의 시대부터 한용운과 윤동주를 지나, 기형도와 백석을 거쳐, 정호승, 안도현, 장석주, 천양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들의 인사가 반갑기 그지없다.

학교에서 숨은 은유를 외워가며 배웠던 어렵기만 하던 시, 사춘기 시절에 한 번쯤은 누구나 노트에 필사 한 적이 있던 시, 연애시절 연인에게 보냈던 기억이 있을만한 시들을 다시 읽으며 아련하고 반갑고 행복했다.

이미 너무 유명한 시들과 처음 접해보는 낯선 시들의 어울림.
알고 있고, 많이도 읽고 또 읽었던 시들도 있었고, 처음 읽어보는 시인의 시 덕분에 그 시인의 다른 시집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너무 어렵고, 너무 복잡하고, 지나친 은유와 시적 언어로 가득 차 독해가 어려운 지경의 시를 슬쩍 피해, 누구나 읽고 공감하고 마음을 움직일 만한 것들이어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
평소 시는 어렵고 난해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도 선뜻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은 시들의 묶음이라 누구에게 권해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는 어쩌다 보니 죄다 교과서로 배워서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좋다.

학교에서 뜯고 해부해서 시어 하나하나를 낱낱으로 배운 우리들은 얼마나 불행한가.
이렇게 좋은 시들을 그저 읽고 즐기지 못했다.
더 비장하고 더 깊은 사유를 얹어 어렵게만 배웠다.
시라는 것은 그저 가슴으로 읽는 것.
시인의 의도를 내가 몰라도, 시는 그저 시인 채로 아름다운 것.

이제는 안도현 시인의 시가 교과서에 실리는 시대에 산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는 낱자로 뜯겨 무거운 의미를 짊어진 채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다.
아이들에게 시를 그저 시인 채로 읽힐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하나의 정해진 의미가 아니라 각자의 의미대로 해석하며 간직하게 하면 좋을 텐데.
아이들이 시를 사랑할 수 있게.

 

 

이 시집에는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들이 여러 편 담겨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풀꽃밖에 몰랐는데;; 덕분에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는 즐거움도 컸다.

엮은이의 의도대로 좀 더 쉽고 가깝게 시를 읽고 즐길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는 역시 필사하는 맛.
따라서 시를 적어보며 누구나 시인이 되어보기 좋은 계절, 가을.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우리 가슴에 일으키는 파장의 여운을 즐기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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