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것은 아마도 사라지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감정일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라면 절대 알 수 없을 감정. 우군가를 위해 자신의 영토를 줄여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감정. 함께하는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결코 그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감정이 바로 외로움일 것이다. 앨범에서 가장 쓸쓸한 트랙은 <멀리서>라는 곡이다. 조용히 노래를 부르는 객원 가수 김지혜 씨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 위에 사람들의 소리가 겹친다. 텔레비전 소리 같기도 하고 공연장에서 들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웃고, 환호하고, 박수 치고 있다. 그들이 환호하고 돌아가는 시간의 어두운 골목에서, 웃음과 박수가 모두 끝난 후의 적막 속에서, 자려고 누운 침대 위로 보이는 어두운 천장에서, 외로움과 쓸쓸함은 순식간에 그들을 기습 공격할 것이다. 순식간에 심장을 후벼 파고 우울을 극대화할 것이다.
외로움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가자. 그게 훨씬 덜 아프다. 외롭지 않다고 자신을 세뇌하다가 어이없는 한 방에 무너지지 말고 우리가 먼저 찾아가자. -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