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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5월
평점 :
너무나 솔직하게 응한 인터뷰이 서민의 글을 읽고 모든 사람은 다 각자 힘든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사람만이 미래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과 사상사에 글을 싣고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더군다나 알라딘 블로거 조상격인 기생충학 교수.
그의 앞날이 (애정을 담아) 더 많이 기대된다.
지: 소극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서: 적극적 안락사가 약물을 투여해 환자를 죽게 하는 데 비해 소극적 안락사는 연명 치료를 안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평생 쓰는 의료비의 대부분을 마지막 1년에 쓴다고 합니다. 삶에 대한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의식도 없는데 비싼 장비의 도움으로 그냥 누워만 있는 게 무슨 보람이 있을까 싶어요. 다들 그렇게 말해요. "내가 저렇게 되면 절대로 치료하지 말라."고요. 그런데 자기 가족이 그렇게 되면 말이 달라지잖아요. 연명 치료를 중단하라고 이야기하기가 어렵죠. <p.208>
지: 무상 의료가 되는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어떤가요? 서: 제가 알기에는 독일만 해도 공보험하고 사보험이 같이 있어요. 공보험 환자들은 일단 찬밥 신세를 받아요. 사보험은 부자들이 주로 들고, 예약도 빨리 되는데, 공보험에 전화하면 두 달 기다리라고 이야기한대요. 독일은 최고 고객이 사우디 왕자들이거든요. 걔네들을 위해서 초호화 병실을 지을 정도로 차별을 두는데요.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나라가 차라리 독일보다 낫다고 봅니다. 미국만 해도 보험회사가 몇 백개가 되는데, 어떤 병원은 A보험이랑 계약하고, 그 옆 병원은 B 보험이랑 계약하고 이런 식이라서, 자기는 A병원이 가깝지만 훨씬 먼 B병원에 가야 보험을 적용받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우리는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과 계약하도록 강제했으니, 의료천국이죠. <p.211>
오죽하면 의사들도 반대를 하겠어요. 의사들이 잘 먹고 잘살고 싶은 마음이 있고, 건강보험체제도 의사들한테 불리한 체제거든요. 그렇기는 한데 의사들의 목표가 수가를 좀 올리는 거면 몰라도 민영화는 아니거든요. 미국 같이 의료 민영화가 된 나라의 실상을 보고도 우리나라에서 의료 민영화가 추진되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막아야죠. 얼마 전에 이와 관련된 법안이 통과되었잖아요. 의료 자회사를 세울 수 있교, 의료를 통해 얻은 이익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거는 사실 의료 민영화의 단초인데, 의외로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느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잠재적 환자인데 말입니다. <p.228>
저는 건강보험료가 올라가면, 예를 들어 국민 1인당 한 달에 3만 원씩만 더 내면, 민영 의료보험 필요 없이 완전히 건강보험료로만, 병원에 가서 우리가 최고로 많이 내야 1년에 100만 원을 내는 그런 시대가 온다고 믿어요. 지금 의료비 중 자기부담률이 40퍼센트인 것 아세요? 병원비가 100만원이 나왔으면 40만원을 내야 되는 거죠. 40만원이 별것 아닐지는 몰라도 1억 원이라고 하면 4,000만원을 내야 되잖아요. 그래서 큰 병 앓으면 집안이 거덜 나는데요. 이 보장률을 90퍼센트까지만 올리면 치료비가 1년에 1억 원이라고 하면 1,000만원만 내면 되는데요. 그걸 조금만 조정해서 100만원 이하로 부담하는 볍을 만들자고 몇몇 단체들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사실 건강보험료는 더 낼수록 우리한테 좋은 거예요.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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