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간 세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책. 나폴레옹처럼 저자에게도 불가능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지금은 웃고 있지만 눈물을 흘릴지도 몰라요. 그러니 돌아보지 않을께요. 그리고 원준, 몸 건강히 엄마 잘 모시고 끝까지 여행 잘 마쳐야 해! 우리 꼭 다시 보자!"
(세상에나, 아직도 천사가 존재했었어?)-177쪽
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독의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는 1970년,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고 지난 과오에 대한 용서를 빌었다. `독일인이라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뱉으며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조용히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폴란드 전역에 생중계되면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시들어가는 데에 일조했다. 이를 계기로 빌리 브란트 총리는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04년, 바르샤바 민중봉기 60주년 행사에 참여한 독일 슈뢰더 총리도 바르샤바 볼스키 국립묘지에 헌화를 하며 이런 말을 남겼단다. "독일인들은 나치의 범죄를 생각하면 부끄러움에 몸을 수그립니다." 이후 독일은 자발적으로 자국의 나치 전범들을 찾아내 모두 수감시켰고 응당한 죄의 대가를 물었다. 아울러 과거사를 책임지기 위한 해당 부서를 마련했고, 나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자국의 젊은이들을 폴란드에 파견, 나치에 의해 삶을 유린당한 이들에게 봉사활동을 하도록 원조했다. -210쪽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필리핀에서 만났던 한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 우리는 스페인에 350년을 지배당했고, 미국에 80년을 지배당했어. 하지만 고작 3년간 우리를 지배한 일본을 가장 악랄하다고 말하지. 그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 잔인하게 우리를 대했거든. 그리고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어. 용서하기 힘든 나라야." -211쪽
안드레아스의 설명을 맞받아치며 마리나가 해준 이야기가 압권이다. " 이런 일도 있었어. 스웨덴의 정치계를 주름잡던 유명한 여성 정치인이 하루는 개인적으로 쇼핑을 나갔다가 지갑을 안 가져온 사실을 알게 된 거야. 그래서 `토블론`이라는 초콜릿 두 개를 국가 법인 카드로 긁어버린 거지. 달랑 초콜릿 두 개를 말이야. 근데 회계 처리과정에서 이 사실이 알려졌어. 그와 동시에 전 국민이 분노에 휩싸였고 여성 의원은 당연히 의원직에서 물러났지. 또 그녀가 속해 있던 정당도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어. `워터게이트` 사건에 빗대어 `토블론게이트`사건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니까. 이러니 정치인들은 청렴할 수 밖에 없고 국민들도 그런 정치인들의 정책을 신뢰하게 되는 거지." -243-244쪽
장담컨데 베를린은 과소평가된 도시다. 물론 독일에는 하이델베르크나 로텐부르크처럼 예쁘장한 도시들과 관광객들이 앞다투어 몰려가는 뮌헨이 있지만 베를린은 결코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볼거리도 풍부하지만 베를린의 진짜 매력은 바로 이곳이 지니고 있는 역사 그 자체다. 시내 한가운데서 베를린 장벽과 브란덴부르크 문, 찰리 검문소 등 독일 통일의 기념비적인 건물을 볼 수 있으며 세계대전과 나치의 중심지였기에 카이저빌헬름 교회와 홀로코스트 추모비와 같은 역사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 -271쪽
우리는 마치 걷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처럼 길 위에 섰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 사이를 여행하며 울고 웃고를 반복했다. 넘실대는 대서양 위로 그간의 모든 여정들이 빛을 내며 흘러간다.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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