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은 인간과 늘 함께하는 존재다. 인간이 궁핍함에서 벗어나 점점 부유해질수록 그에 따른 불안함은 더해간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목표를 한 단계 한 단계 이룬 인간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계속 비교해가면서 결국 불안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불안은 하루가 멀다 하고 경험하는 밀접한 감정적 변화'라는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우리가 느끼는 불안함의 대부분은 자신에게서 파생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다. 그녀에게도 이런 일말의 불안함이 있었던 것일까?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손은정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장길연이 채근하듯 그녀에게 말한다.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도 그들보다 결코 늦게 가지 않아.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처럼 인생이 허무해지지 않을 수 있어. 제.주.도.에.도 멋.진.남.자.들.이 많.으.니.일.단.오.기.부.터.하.라.고!" -120-121쪽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만약 그때 제주도를 떠나지 않았다면, 서울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한순간의 선택이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배웠어요.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거 같아요. 지나고 보면 젊은 시절 치열하게 살았다고 회상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지만요. 모든 것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는데 그게 참 사람을 힘들게 하잖아요. 그 시절을 건너왔다는 게 가끔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는 여러 번 길을 잃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포기의 순간이 올 때마다 내가 이것만큼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면 답이 나왔어요."-2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