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헤미안 - 자유로운 영혼 13인의 제주 정착 리얼 다큐
김태경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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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은 인간과 늘 함께하는 존재다. 인간이 궁핍함에서 벗어나 점점 부유해질수록 그에 따른 불안함은 더해간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목표를 한 단계 한 단계 이룬 인간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계속 비교해가면서 결국 불안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불안은 하루가 멀다 하고 경험하는 밀접한 감정적 변화'라는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우리가 느끼는 불안함의 대부분은 자신에게서 파생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다. 그녀에게도 이런 일말의 불안함이 있었던 것일까?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손은정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장길연이 채근하듯 그녀에게 말한다.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도 그들보다 결코 늦게 가지 않아.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처럼 인생이 허무해지지 않을 수 있어. 제.주.도.에.도 멋.진.남.자.들.이 많.으.니.일.단.오.기.부.터.하.라.고!" -120-121쪽

'꿈꿔왔던 것의 가까이 가본 적이 있나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악취를 내며 추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는 멋이 떨어지게 마련이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아마 상처 받는 일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에 꿈꿨던 일조차 후회하고 말걸요.'-130쪽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만약 그때 제주도를 떠나지 않았다면, 서울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한순간의 선택이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배웠어요.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거 같아요. 지나고 보면 젊은 시절 치열하게 살았다고 회상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지만요. 모든 것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는데 그게 참 사람을 힘들게 하잖아요. 그 시절을 건너왔다는 게 가끔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는 여러 번 길을 잃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포기의 순간이 올 때마다 내가 이것만큼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면 답이 나왔어요."-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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