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재그 2
김정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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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희우는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하진이에게 먼저 고백을 하고 1년이 넘도록 사귀게 되었다. 그러나 하진이와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하진이의 쌍둥이 형 우진이를 착각하여 키스를 해버린 희우..-_- 그때부터 우진이와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되지만 2학년이 되어 우진과 같은 반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자신에게 집착하는 변태 연예인 다은이까지 희우의 유일한 비상구는 하진이 뿐이다. 하지만 하진이에게 접근하는 반장 정은이와, 우진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을 건네는 다은이 덕분에 희우는 편할 날이 없고...희우와 하진이 그리고 우진이. 지그재그식 사랑의 결말은 어떤 것일까?

what's up? 에서부터 '엘리제를 위하여' 까지...나는 어느새 스토리 그 자체에 대한 기대라기 보다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향한 기대에서 책을 고르게 되었다. 길쭉한 팔다리와 입체감 없는 이목구비. 그러나 이제는 김정은 님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그림체와 CF 멘트 등을 적절히 활용한 위트 넘치는 개그컷. 가방은 물론이고 스타킹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명품 무늬 톤. 그 기발함에 혀를 내두르며 뒹굴게 되는 게 한두번이 아니다. 물론 쌀쌀맞던 우진이와, 천사표 하진이가 갑자기 돌변하게 되는 그 과정의 개연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스토리 그 자체보다도 보는 사람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것 역시 만화가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3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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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펫 5
오가와 야요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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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솔직히 주변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제목과 더불어, 남자 아이를 주워서 애완동물처럼 기르는 여자라는 설정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여전히 고루한 면이 있었던가? -_-') 우연히 읽게 된 '너는 펫♥'은 나의 기대를(!) 깡그리 무시한(웃음) 건전한 이야기였다.

28살, 도쿄대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유망한 저널리스트이기까지 한 스미레는 외견상 완벽해 보이는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지닌 여성이다. 같은 회사 인쇄공으로 일하는 애인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이 더 편하다며 떠나갔고, 술에 취해 추근거리던 상사의 의치를 날아가게 한 탓에 생활부로 좌천되었다. 게다가 자존심은 세서 타인 앞에서 절대 눈물을 보이지 못하는....

그러던 중, 집 앞에 버려져(!) 있는 남자아이를 발견하고 옛 애견 이름인 '모모'를 이름으로 붙여 주고는 애완동물처럼 기르게 된다. 외견 비정상적인 동거 생활을 시작한 두 사람이지만 오히려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은 모모가 아니라 스미레. 유일하게 모모 앞에서는 눈물과 함께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되는데...

8년간 사랑해온 사람과의 결혼? 혹은 모모와 함께 지내는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 스미레는 과연 어느 쪽을 택하게 될까? '너는 펫♥'의 히로인 스미레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까닭은 그녀가 이 세상 대부분의 여인상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능력을 갖추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능력 그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뻣뻣하다' '능력만 있는...' '부담스러운...'등의 주변의 악평을 이겨내야 하는 스미레는 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여성으로 태어나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애정스럽다. 모모는 어떨까? 복실복실한 머리카락, 안고 있으면 안정되는 향기. 나가라기 하기 전까지는 늘 함께 있어주고 뭐든지 숨김없이 내보일 수 있는 그런 사람. 얼마나 이상적인가? 남녀노소 모두 바라는 그런 이상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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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 한 말씀만 하소서 박완서 소설전집 15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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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님의 소설을 보면, 단아한 문체 속에서 번뜩이는 비꼼에 놀랄 때가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데는 최근 모 방송국에서 방영중인 아침 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는데 드라마와 소설 자체에는 차이가 많았다. 드라마에서는 '김혁주'가 매우 다정다감한 이로 그려지고 있지만 소설에서의 '김혁주'는 이익에 눈이 멀어 잠시나마 사랑했던 여자를 매정히 버리는 그런 이다. 여주인공 '차문경'역을 맡았던 여성 탤런트가 한 인터뷰에서 소설이 씌여진 것이 꽤 오래 전이라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차문경'이라는 인물이 조금 고루하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차문경'은 남편과 이혼한 후 대학 동창인 '김혁주'를 만나게 된다. 사실 두 사람이 35살에 만나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마음을 주고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소설은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명제 앞에서 부모와의 갈등을 느끼던 찰나에 함께 밤을 보내는 시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차문경'의 회상을 통해서 나는 두 사람이 짧게나마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이라고 느낄 뿐이다. 이미 홀어머니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던 혁주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서도 문경을 안게 되지만 사소한 십자가 묵주에 트집을 잡기 시작한 그날 밤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경은 단 하룻밤 사이에 임신을 하게 되고.. 그는 조신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하기까지 한 여성과 중매 결혼을 서둘러 한다.

문경이 학교에서 사퇴당하고 홀로 반찬 가게를 열어 홀로 아들을 기르기까지, 딸만 낳은 채 자궁을 적출한 혁주의 아내가 더이상 아들을 낳을 수 없자, 그때서야 비로소 혁주와 그의 어머니가 그 아들을 찾을 때까지, 그리고 문경이 홀로 힘겹게 아들을 갖기 위해 투쟁할 때까지, 그 탤런트의 말처럼 답답하리만치 착한 여자 차문경.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남자에게 끊임없이 배신을 당하면서도 미래를 꿈꾸는 문경과, 여전히 해피 엔딩을 바라는 독자들도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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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들의 꿈 5
야치 에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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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감동을 주기 위한 만화의 필수 조건을 들라면, 여주인공의 천사같은 마음이랄까? 굳이 천사같지 않아도 좋다. 주변 인물들까지도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를 가지고 있다면야...이 만화의 여주인공이 그렇지 않나 싶다. 물론 그녀의 경우는 천사같은 마음까지 지니고 있고 말이다.

부모님의 사후, 하나뿐인 여동생 뒷바라지를 위해서 게이바에서 일을 하는 오빠. 30살이 넘도록 일 외에는 맘 붙일 곳이 없는 방송 작가. 그리고 오빠와 함께 일하는 진짜 게이들. 항상 경쟁의식에 쫓겨 살아야 하는 연예인들. 그들 모두가 여주인공에 의해 감화되고, 때로 마음의 여유를 찾아간다.

주변의 추천을 받고 읽게 되었지만 솔직히 그림체는 조금 뒤떨어진다고나 할까? 본래 그림체를 보고 만화를 고르는 고루한 편인 나로선 선뜻 손이 가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읽는 내내 등장 인물들의 따뜻한 눈물을 보면서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최루성 감동물에 질린 이들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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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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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때도, 손쉽게 집지 못했던 것은 제목이 주는 생경함 때문이었다. 박완서님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를 빌리기 위해 학교 도서관을 찾았는데, 눈에 띄인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서점에 빼곡히 꽂혀 있는 그 깨끗한 양장본이 아니라, 검정색의 투박한 표지와 세월과 거쳐간 많은 이들을 느끼게 하는 변색된 책갈피의 그런 책이었다.

사실 나는 한참을 읽어 내려가면서도 이 책이 자전적인 내용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선, 박완서님의 고향인 개성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너무나도 생생해서 그것이 오히려 더욱 허구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건, 작가가 서두에서 이미 밝혔듯히 실재에 상상을 덧붙여 만들어 낸 이미지일지도 모르겠지만...아버지를 여의고 여전히 양반의 잔재를 품고 사는 조부모와 그 당시 여인네 치고는 당차고 현실적이었던 어머니 틈에서, 개성 박적골 틈틈을 누비며 자란 유년 시절. 그리고 어머니를 따라 서울로 옮겨와 숙명고녀에 다닌 소녀 시절.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해서 전쟁을 경험하기까지 청년 시절. 이 시간의 흐름이 어머니, 오빠 등의 개성 있는 인물들과 함께 생생히 다가왔다.
하지만 가장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은 역시, 자신의 드러냄이 아니었을까? 난 언제나, 여류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놀라곤 한다. 사실 나는 평소 일기를 쓰는 것 조차도 두려워할 만큼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이 때로는 표독스럽다 싶을만큼 자신의 속내를 파헤쳐낼 때에는 마치 나 자신이 대중 앞에 벌거벗은 듯한 기분이 들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박완서 님 역시 작품 여기저기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하면서도 솔직하기 위해 애쓴 흔적들을 보면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솔직함. 내가 작가들을 존경하는 것은 이 한 단어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나였다면, 분명히 스스로를 미화시키고픈 욕심을 드러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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