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님의 소설을 보면, 단아한 문체 속에서 번뜩이는 비꼼에 놀랄 때가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데는 최근 모 방송국에서 방영중인 아침 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는데 드라마와 소설 자체에는 차이가 많았다. 드라마에서는 '김혁주'가 매우 다정다감한 이로 그려지고 있지만 소설에서의 '김혁주'는 이익에 눈이 멀어 잠시나마 사랑했던 여자를 매정히 버리는 그런 이다. 여주인공 '차문경'역을 맡았던 여성 탤런트가 한 인터뷰에서 소설이 씌여진 것이 꽤 오래 전이라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차문경'이라는 인물이 조금 고루하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차문경'은 남편과 이혼한 후 대학 동창인 '김혁주'를 만나게 된다. 사실 두 사람이 35살에 만나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마음을 주고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소설은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명제 앞에서 부모와의 갈등을 느끼던 찰나에 함께 밤을 보내는 시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차문경'의 회상을 통해서 나는 두 사람이 짧게나마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이라고 느낄 뿐이다. 이미 홀어머니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던 혁주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서도 문경을 안게 되지만 사소한 십자가 묵주에 트집을 잡기 시작한 그날 밤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경은 단 하룻밤 사이에 임신을 하게 되고.. 그는 조신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하기까지 한 여성과 중매 결혼을 서둘러 한다.
문경이 학교에서 사퇴당하고 홀로 반찬 가게를 열어 홀로 아들을 기르기까지, 딸만 낳은 채 자궁을 적출한 혁주의 아내가 더이상 아들을 낳을 수 없자, 그때서야 비로소 혁주와 그의 어머니가 그 아들을 찾을 때까지, 그리고 문경이 홀로 힘겹게 아들을 갖기 위해 투쟁할 때까지, 그 탤런트의 말처럼 답답하리만치 착한 여자 차문경.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남자에게 끊임없이 배신을 당하면서도 미래를 꿈꾸는 문경과, 여전히 해피 엔딩을 바라는 독자들도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