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곧이어 내가 살아 있어, 혹은 사는 동안, 누군가가 많이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많이 아팠을 거라는 느낌이. 그렇게 쉬운 생각을 그동안 왜 한 번도 하지 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김애란 - 「너의 여름은 어떠니」중, <비행운> 44쪽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말하며 ‘생각(사유)’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악은 우리에게 늘 존재하는 평범한 것이므로 ‘생각(사유)’하지 않을 때 쉽게 발현될 수 있다고.


비록 ‘악’은 아니었을지라도, 지금껏 우리는 누군가를 아프게 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이 거부하고 싶은 진실을 자각하는 것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생각(사유)’의 사후적 버전은 아닐까?


분명, 아팠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지함과 몽매함과 메마름으로 헤아리지 못 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재우는 그제야 자신이 지금 무언가 오타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건 명백한 오타였다.


이기호 - 행정동」중 , <김 박사는 누구인가?> 39쪽


뒤늦게야 오타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수많은 검열 속에서도 기어코 살아남은 오타의 끈덕짐에 경의를 표해야 하는 순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어떻다고?”

“사랑하죠, 오늘도.”
필용은 태연을 연기하면서도 어떤 기쁨, 대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불가해한 기쁨이었다.

김금희 - 「너무 한낮의 연애」 중 , <너무 한낮의 연애> 25쪽


세상의 온갖 떨림과 망설임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당신, 살아있어...” 라는 속삭임같이 무심한 듯 툭, 던져진 어떤 울림. 그 울림이 관통하는 순간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고 만다. 돌이킬 수 없는, 이후의 사람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