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내가 살아 있어, 혹은 사는 동안, 누군가가 많이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많이 아팠을 거라는 느낌이. 그렇게 쉬운 생각을 그동안 왜 한 번도 하지 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김애란 - 「너의 여름은 어떠니」중, <비행운> 44쪽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말하며 ‘생각(사유)’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악은 우리에게 늘 존재하는 평범한 것이므로 ‘생각(사유)’하지 않을 때 쉽게 발현될 수 있다고.


비록 ‘악’은 아니었을지라도, 지금껏 우리는 누군가를 아프게 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이 거부하고 싶은 진실을 자각하는 것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생각(사유)’의 사후적 버전은 아닐까?


분명, 아팠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지함과 몽매함과 메마름으로 헤아리지 못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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