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1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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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소설이나 실용서 같은건 깊이 있는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읽고나면 아 무슨 내용이구나 하고 줄거리 정리는 되는데 시집은 읽어도 도통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고 이해하질 못하니 기억에 남지도 않고.... 아무래도 남들보다 시적 감수성이 많이 떨어지나보다.

그런 내가 시집을 집어들게 된 이유는 순전히 새 만년필을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만년필이라는 장난감이 생기니 자꾸 끄적거리고 싶어지고, 뭐라도 필사를 해볼까 싶던 차에 발견한게 바로 나태주 시인이 엮은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 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나태주 시인은 시에 대해 무지한 나도 너무나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이다.

이 시집에는 대한민국에서 이 시 모르면 간첩이다 소리 나올 정도로 짧은 싯구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나태주 시인이 직접 뽑은 국내 명시 114편이 수록되어있다. 읽어보니 생소하고 낯선 시들도 꽤 있지만 교과서에서 익히 보아왔던 시들도 눈에 띈다.

많이 힘들고 고달픈 날들, 나를 살리고 나를 위로해 준 시들이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살려주고 일으켜주고 용기 또한 빌려줄 것으로 믿습니다. 라는 시인의 말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시들이 가득하다.

 

각 시마다 시인의 감상이 곁들여있어 읽기 좋았다

가려 뽑은 시 한 편 한 편마다 그 아래 나태주 시인의 짤막한 감상이 덧대여져 있다. 나처럼 시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감상이나 해석이 시와 만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수록된 114편의 시를 통해 내가 네 곁에 있으니 너무 힘들어하지말라고,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고통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노라고 이야기한다.

틈나는대로 시집을 집어들고, 아무렇게나 페이지를 펼쳐서 시를 읽다 그 시가 마음에 들면 만년필로 정성스레 필사해본다.

깊게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끌리는 싯구를 차분히 따라적어내려가다보면 어느샌가 시에게 위로받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힐링이 필요할 때 찾게되는 고마운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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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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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책장 속 오래되고 낡은 책으로 접했던 이솝 우화.

정말 옛날 책이라 한자도 섞여있고 읽기 힘들었는데도 짤막한 이야기라 재밌어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어릴적 대강 읽고 이솝우화는 '난 다 읽었던 책이야'라고 생각했다가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솝 우화 전집>을 보게 됐다.

딴에는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클래식 일러스트가 88장이나 수록되어있다고 하고 최신판이니까 번역도 깔끔하고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책 욕심이 또 생겨 찾아읽었다.

 

수록된 클래식 일러스트들은 책 소장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막상 책을 펼쳐들자, 막연하게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솝 우화는 정말 일부였음을 알게되었다.

애초에 이솝이 직접 써내려간 책이 전승되어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화들이 구전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본 중에 많게는 600개 가까운 모음집도 있다고 한다. 현대 지성 클래식에서 출판한 이솝 우화 전집은 그렇게 수 많은 우화들 중에 원형이 대체로 잘 보전된 이야기 중에 정선된 그리스어 원전 358편을 완역해 엮은 책이다.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옮겼다는 점이 중요한게, 우리가 읽었던 이솝우화들은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된 영어 판본들이라 아무래도 원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읽혀지며 교훈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이 주가 된다.

그러나 이솝 우화의 가치는 삶의 지혜와 교훈 전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에서 살다간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당시 시대 분위기를 담고 있다는 것에도 주요하다.

번역해 소개 된 이솝 우화들의 마지막에는 역자의 해설이 담긴 주석이 달려있어 독자가 글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성애에 사로잡힌 자들에게는 수치심이 없음을 보여주는 우화 '제우스와 수치심'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느꼈던 '제우스와 수치심' 편.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보면 동성간의 사랑은 육체적인 쾌락만을 좇는 에로스적 사랑과는 차별을 두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길래 당시에는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아주 후한 줄로만 알았는데 '항문으로 에로스가 들어올 경우 수치심은 빠져나가므로 동성애자들은 수치심을 모른다'는 이솝 우화를 보니 당시의 인식이 꼭 내가 알던 게 전부인 것 만은 아닌가 보다 싶어졌다.

이처럼 당시의 모습들을 담고 있는 이솝 우화는 아이들만 읽혀야 하는 책이 아닌, 성인과 아이가 두루두루 탐독하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책이다.

이왕 이솝 우화를 읽기로 마음먹었다면, 아름다운 삽화와 친절한 주석까지 곁들여진 현대 지성 클래식의 <이솝 우화 전집>으로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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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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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글을 읽으니 웹툰 <아만자>의 배경작화, 웹툰 <고기인간>의 그림작가로 활동했던 기록이 쓰여있었다. 마침 둘 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들인데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그림으로 생동감을 주던 이가 스스로는 어떤 글을 만들어내었을지가 궁금해져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토성에 버려진 우주정찰선 티스테와 25년만에 그를 찾아온 전(前)소유주의 손녀 룻. 티스테는 예전 한 차례 토성에 버림받았던 배신의 상처로 룻을 따라나서기가 마뜩찮지만 다시 한 번 훈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갈등하고, 룻은 룻대로 반드시 티스테를 지구로 데려가야하는 사정이 있지만 티스테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 고민한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다른 마음을 품고 있던 우주정찰선과 소녀가 지구를 향한 여정을 통해 그들의 진심을 확인하고 성장해나간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동화 같은 SF 소설

인간의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 온 힘을 다해서 운다. 그걸 뒷받침하는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내가 발견한 가설을 주장한다. 모든 새로운 생명은 어디선가 버림을 받고서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게 분명하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처절하게 울 수는 없다고…….

우주선이나 토성, 인공지능 등이 등장하는 SF 소설이지만 읽는 데 어렵지 않다. 룻과 티스테의 시점을 오가는 이 소설은 복잡한 과학지식의 이해가 필요한 소설이 아니라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모험과 우정이 주요내용인 귀여운 이야기다. 인공지능의 특성과 인간미 없어진 미래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듯 담담한 문체로 서술된 틈 사이로 읽는 이를 미소짓게 하는 은근한 개그코드가 있다. 한 편의 영화로 만들면 딱이겠다 싶은 정도의 간단한 플롯과 짧은 내용으로 읽다보면 절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이다.

미숙했던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며 배우고, 삶의 무게에 눌려 관계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무지했던 해커 소녀가 성장해나가는 것을 보며 책을 읽는 나도 위로받고 조금은 함께 성장한 것 같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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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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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독서 결산하면서 올해는 역사 분야 책들을 많이 읽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아무래도 사실 그 자체의 역사이야기보단 특정한 주제를 잡고 풀어가는 역사들이 술술 잘 읽히는지라 집어든 책이다. 술을 빚는데는 곡물이나 과실 등의 작물이 필요한데 이는 토양이나 기후에 따라 달라지기때문에 어떤 술을 주로 마셨는지를 통해 지역의 특색을 알 수 있고 특정 지역의 술이 다른 지역으로 전달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처럼 각 지역의 문화적 특색이 담긴 술이 어떻게 탄생되었고 어떤 과정으로 확산되어갔는지를 살피는 것은 인류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큰 강 유역에서 성장한 4대 문명은 각 문명을 지탱한 곡물을 원료로 삼아 고유의 술을 만들어냈다.

보리를 주식으로 하는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문명에서는 발아시킨 보리를 그 상태로 발효시켜 맥주를 만들었다. 쌀과 조, 기장을 주식으로 하는 중국에서는 거미집곰팡이를 이용해 황주를 만들었으며 잉카제국에서는 옥수수를 씹어서 뱉은 타액으로 발효시킨 '치차'를 즐겼다.

초기 술의 발전단계에서는 낮은 도수의 술 밖에 생산하지 못했으나 연금술의 개발 과정에서 등장한 증류기를 이용해 60%~70%에 이르는 고농도의 알코올 음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귀금속을 얻고자 하는 열망과 불로장생의 꿈이 엉뚱하게도 증류주의 탄생에 기여한 것이다. 역사상 많은 발견은 예상치못하게 우연히 얻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밖에도 대항해시대에 신선한 음료를 보급받기 어려운 환경에서 귀중한 대접으로 올라서게 된 와인, 신대륙의 감자를 원료로 한 증류주 아쿠아비트, 추운 겨울 동안 와인의 발효가 정지되었다가 운좋게 조건이 맞으면 봄에 다시 발효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기적의 발포주 샴페인의 탄생까지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에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이 가득하다. 술을 통해 재미있게 역사를 짚어보는 재미있는 책.

- 출판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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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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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어의 비늘은 백어가 처음 한 번만 주는 거야.

그것만 행운이고 나머지는 전부 불운을 가져오지.

훔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화가 난 백어가 자기 비늘로 소금 도둑의 목을 뎅강 잘라.

아청색의 신비로운 눈동자, 한여름 뜨거운 햇빛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서늘한 시선. 희게 빛나는 피부. 고개를 돌릴 때마다 해초처럼 살랑이며 구불거리는 암갈색 머리칼.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백어의 전설이 전해내려오는 별어마을의 백어도. 모든 픽션의 세계는 현실이 아닌 가상으로 창조된 공간이지만 <소금 비늘>에서 그려내는 세계는 더욱 특별하다. 인어들이 살아있는 판타지 세상이지만 작가의 정교하고 꼼꼼한 글솜씨는 어느샌가 글을 읽는 나도 정말 인어의 존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믿게끔 만들었다. 

소설 속 백어로 등장하는 한마리가 이야기하는 바닷속 풍경은 직접 눈으로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깊은 심해 검은 바닷속과 수면에 일렁이는 빛무리, 물살이 강해질 때면 낯설고 아름다운 소리로 우는 고래-피아노- 까지. 백어석(백어의 비늘)을 녹여 그린 마리의 벽화가 아침과 저녁마다 희고 붉게 다른 빛을 내며 일렁이는 환상적인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백어석의 빛을 본 자는 그 빛에 홀려 진실과 거짓이 섞인 환상을 겪고 점점 더 많은 백어석을 탐하다 종내는 파멸하게 된다. <소금비늘>의 인어들은 어릴적 알던 안데르센 동화 속 인어공주처럼 맹목적이다 싶게 순수하지만, 한편으로는 뱃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세이렌'을 떠올리게도 한다.

백어들은 영혼을 얻어 인간이 되고 싶은 열망에 계속해서 사랑을 찾고, 인간들은 매번 사랑을 배신하고 후회한다. 용보와 준희의 선택은 어리석어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남정심과 한마리의 한계이기도 하다.

백어와 인간들은 수세대를 걸쳐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잔인하고, 매혹적인 것 같다.

인어라는 전설과 미스테리, 현대물을 적절하게 버무린 아름다운 환상소설이었다. <소금 비늘>같은 한국형 판타지를 앞으로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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