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 온 힘을 다해서 운다. 그걸 뒷받침하는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내가 발견한 가설을 주장한다. 모든 새로운 생명은 어디선가 버림을 받고서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게 분명하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처절하게 울 수는 없다고…….
우주선이나 토성, 인공지능 등이 등장하는 SF 소설이지만 읽는 데 어렵지 않다. 룻과 티스테의 시점을 오가는 이 소설은 복잡한 과학지식의 이해가 필요한 소설이 아니라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모험과 우정이 주요내용인 귀여운 이야기다. 인공지능의 특성과 인간미 없어진 미래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듯 담담한 문체로 서술된 틈 사이로 읽는 이를 미소짓게 하는 은근한 개그코드가 있다. 한 편의 영화로 만들면 딱이겠다 싶은 정도의 간단한 플롯과 짧은 내용으로 읽다보면 절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이다.
미숙했던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며 배우고, 삶의 무게에 눌려 관계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무지했던 해커 소녀가 성장해나가는 것을 보며 책을 읽는 나도 위로받고 조금은 함께 성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