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백어로 등장하는 한마리가 이야기하는 바닷속 풍경은 직접 눈으로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깊은 심해 검은 바닷속과 수면에 일렁이는 빛무리, 물살이 강해질 때면 낯설고 아름다운 소리로 우는 고래-피아노- 까지. 백어석(백어의 비늘)을 녹여 그린 마리의 벽화가 아침과 저녁마다 희고 붉게 다른 빛을 내며 일렁이는 환상적인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백어석의 빛을 본 자는 그 빛에 홀려 진실과 거짓이 섞인 환상을 겪고 점점 더 많은 백어석을 탐하다 종내는 파멸하게 된다. <소금비늘>의 인어들은 어릴적 알던 안데르센 동화 속 인어공주처럼 맹목적이다 싶게 순수하지만, 한편으로는 뱃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세이렌'을 떠올리게도 한다.
백어들은 영혼을 얻어 인간이 되고 싶은 열망에 계속해서 사랑을 찾고, 인간들은 매번 사랑을 배신하고 후회한다. 용보와 준희의 선택은 어리석어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남정심과 한마리의 한계이기도 하다.
백어와 인간들은 수세대를 걸쳐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잔인하고, 매혹적인 것 같다.
인어라는 전설과 미스테리, 현대물을 적절하게 버무린 아름다운 환상소설이었다. <소금 비늘>같은 한국형 판타지를 앞으로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