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소설이나 실용서 같은건 깊이 있는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읽고나면 아 무슨 내용이구나 하고 줄거리 정리는 되는데 시집은 읽어도 도통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고 이해하질 못하니 기억에 남지도 않고.... 아무래도 남들보다 시적 감수성이 많이 떨어지나보다.
그런 내가 시집을 집어들게 된 이유는 순전히 새 만년필을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만년필이라는 장난감이 생기니 자꾸 끄적거리고 싶어지고, 뭐라도 필사를 해볼까 싶던 차에 발견한게 바로 나태주 시인이 엮은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 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나태주 시인은 시에 대해 무지한 나도 너무나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이다.
이 시집에는 대한민국에서 이 시 모르면 간첩이다 소리 나올 정도로 짧은 싯구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나태주 시인이 직접 뽑은 국내 명시 114편이 수록되어있다. 읽어보니 생소하고 낯선 시들도 꽤 있지만 교과서에서 익히 보아왔던 시들도 눈에 띈다.
많이 힘들고 고달픈 날들, 나를 살리고 나를 위로해 준 시들이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살려주고 일으켜주고 용기 또한 빌려줄 것으로 믿습니다. 라는 시인의 말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시들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