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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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언제 걷힐 지 모를 옅은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지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풍경 속을 계속 걷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 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현재의 '그'는 어디에도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애써 찾은 기억의 파편들이 과연 자신의 것인지 조차 확인할 수 없어서 무엇에 대해 기뻐하고, 슬퍼해야 하는 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 지 몰라 해매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며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내 삶을 다시 생각하는 요즘 이 소설은 무척 공감이 갔다.

과거를 기억하는 나 조차도 기억 속의 내 모습은 조작된 허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시간을 잃어버린 삶을 사는 사람에게 현재의 삶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지...

자신이 누구인 지를 고민할 수 있을 지...

 

잃어버린 시간은 미래의 시간마저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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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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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약자를 위해 악한 강자와 싸우는 게 아니라 인간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닿았다.

사태를 낙관하지 말고, 주어진 현실을 직면할 것.
열 발 뒤로 물러난 후에야 한 발 나아갈 수 있음을 기억하고
절망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잃지 않는 것.

이것으로 슬픈 현실을 위로한다.

어디서나 하나 쯤 있는 송곳 같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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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미쳤다! - LG전자 해외 법인을 10년간 이끈 외국인 CEO의 생생한 증언
에리크 쉬르데주 지음, 권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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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인이지만 난 한국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나라는 생각에 책을 읽었다. 내가 직접 접하지 못한 한국인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된 책이다.

저자는 기업의 서열을 중시하고 직장에 삶의 모든 것을 바치도록 강요하고 그것에 순응하는 조직 문화를 한국의 가족주의적 사고에서 찾고 있지만 과연 그게 다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업은 가족을 가장하여 조직의 구성원을 끊임없이 착취하는 것은 아닌 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해서 직장 생활까지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대의 목표인 우리의 삶의 과정이 그러한 조직 문화에 순응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는 개인의 삶 보다 기업, 국가 등 전체를 강조하며 국가와 기업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임을 믿으라고 했지만, 놀랄만큼 빠르게 성장한 우리 사회에서 정작 나는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더욱 무서운 것은 비판적으로 우리 현실을 바라보려고 하면서도, 저자와 같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었다면 나 또한 내가 속한 조직에서(대기업만큼 엄격하지는 않지만) 순응하고 내 삶의 일부를 저당잡힌 채 살고 있다는 것을 의심조차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미쳐가는 것은 어쩌면 주어진 틀을 따라가기만 할 뿐 의심조차 하지 않는 탓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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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클라우디아 슈라이버 지음, 임정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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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인? 행복한 죽음?

재미있었나? 가슴이 아팠나?    

유쾌하게 읽었으나 가슴 밑바닥에 아리한 느낌이 남아있다. 

엠마가 막스를 죽였다. 그를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도왔다.

돼지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공포를 두려워한다고 믿었던 엠마. 돼지는 엠마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끼는 순간 날카로운 칼에 목을 찔린다. 막스도 돼지처럼 행복하게 죽었다. 

그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앞서기 보다 엠마의 슬픔이 먼저 느껴졌다.  

2. 사랑 

사랑은 무조건 주는걸까,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엠마는 막스에게 행복한 죽음을 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보내야 하는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막스는 가장 자연적인 삶을 사는 엠마를 만나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지만, 엠마도 막스의 사랑을 통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던 어린시절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국 사랑 덕분에 둘은 모두 행복했으므로 뭔가를 받을 것을 기대하진 않았으나 서로는 이미 많은 것을 받은 셈이다. 

3. 엠마 

그녀는 특별하면서도 자연스럽다. 설정상 무지하게 억지스러울 것 같은데, 무엇하나 억지로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   

막스나 한스에게 굳이 자신을 숨기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꾸미려고 할 수록 그녀는 어색하다. 

돼지를 사랑하지만 도살은 그녀의 직업이며, 막스 앞에서 돼지를 도살하고, 닭의 목을 내리칠 때도 그녀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당당하다. 

막스에 대한 감정을 애써 숨기지도 않으며, 그의 병이 깊어짐을 알면서도 굳이 그에게 캐묻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삶이 특히 아름답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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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김별아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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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감동적으로 읽었다며 빌려줬다. 그저 그런 에세이 쯤으로 생각하며 빨리 읽고 줘야겠단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 1/3은 그냥 그랬다. 그런데 '당신과 내가 만나야 했던 이유'라는 세번째 장과 '너를 처음 만났던 눈오는 날을 기억한다'라는 마지막 장에서는 감정이입까지 경험하며 신나게 읽었다.  

특히 세번째 장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은 평소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태를 이리도 정확하고 명료하게 서술했을까 싶었다. 

남편에게 결혼 10주년  축하엽서를 썼다. 

"지난 10년간 사랑 때문에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우정으로 노력하며 살아보자..." 

써놓고 몇 번인가 반복해 읽었다. 내가 쓴 글이 나를 가르치는 것 같다. 그래 아마 죽으나 사나 '사랑'때문에 아득바득 붙어 살았나 보다. 그러나 앞으로의 생을 밝혀줄 '우정'의 정체는 아직도 희미하다. '우정'을 '인류애'나 '가족애', 혹은 '측은지심'으로 바꿔 써볼까? 

여전히 싸우고, 여전히 지지고 볶으며 산다. 여전히 그는 내 복장을 터지게 하고, 나는 미친듯이 화를 내며 잔소를 한다. 

"우정 좋아하시네! 네가 내 친구였다면 지금 당장 절교다! 너같은 친구랑 상종이나 했겠냐?"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면 뭘까? 우린 과연 무엇에 기대어 앞으로 멀고 긴 시간을 견뎌 나갈까 싶었다. 

... 

내가 바라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핏줄이든 아니든, 함께 삶을 영위하며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 아닐까?

언젠가 읽었던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에서 부모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로 표현했던 것이 생각난다.  

남녀간의 불같은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차갑게 식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어느 순간이 되면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한 때 뜨거웠던 사랑이 부부라고 해서 식지 말라는 법도 없으며 자식에게 절대적 존재였던 부모조차도 어느 순간 귀찮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우리 사이의 존재했었던 그 열정의 흔적과 오랜시간 함께 한 덕분에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서로의 맨몸뚱이를 이제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이 우리 사이를 지속시켜 주는 것일 것이다.

더불어 상대에 대한 소유의 욕망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살 수 있다면 더욱 건강한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소유욕에서 벗어나는 것이 힘들겠지만, 일단 벗어나면 성인이 되어 곁을 떠나는 자식을 마음만으로 짝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을 내 품에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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