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김별아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누군가가 감동적으로 읽었다며 빌려줬다. 그저 그런 에세이 쯤으로 생각하며 빨리 읽고 줘야겠단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 1/3은 그냥 그랬다. 그런데 '당신과 내가 만나야 했던 이유'라는 세번째 장과 '너를 처음 만났던 눈오는 날을 기억한다'라는 마지막 장에서는 감정이입까지 경험하며 신나게 읽었다.  

특히 세번째 장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은 평소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태를 이리도 정확하고 명료하게 서술했을까 싶었다. 

남편에게 결혼 10주년  축하엽서를 썼다. 

"지난 10년간 사랑 때문에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우정으로 노력하며 살아보자..." 

써놓고 몇 번인가 반복해 읽었다. 내가 쓴 글이 나를 가르치는 것 같다. 그래 아마 죽으나 사나 '사랑'때문에 아득바득 붙어 살았나 보다. 그러나 앞으로의 생을 밝혀줄 '우정'의 정체는 아직도 희미하다. '우정'을 '인류애'나 '가족애', 혹은 '측은지심'으로 바꿔 써볼까? 

여전히 싸우고, 여전히 지지고 볶으며 산다. 여전히 그는 내 복장을 터지게 하고, 나는 미친듯이 화를 내며 잔소를 한다. 

"우정 좋아하시네! 네가 내 친구였다면 지금 당장 절교다! 너같은 친구랑 상종이나 했겠냐?"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면 뭘까? 우린 과연 무엇에 기대어 앞으로 멀고 긴 시간을 견뎌 나갈까 싶었다. 

... 

내가 바라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핏줄이든 아니든, 함께 삶을 영위하며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 아닐까?

언젠가 읽었던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에서 부모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로 표현했던 것이 생각난다.  

남녀간의 불같은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차갑게 식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어느 순간이 되면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한 때 뜨거웠던 사랑이 부부라고 해서 식지 말라는 법도 없으며 자식에게 절대적 존재였던 부모조차도 어느 순간 귀찮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우리 사이의 존재했었던 그 열정의 흔적과 오랜시간 함께 한 덕분에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서로의 맨몸뚱이를 이제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이 우리 사이를 지속시켜 주는 것일 것이다.

더불어 상대에 대한 소유의 욕망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살 수 있다면 더욱 건강한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소유욕에서 벗어나는 것이 힘들겠지만, 일단 벗어나면 성인이 되어 곁을 떠나는 자식을 마음만으로 짝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을 내 품에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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