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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하고 나하고 - 아기그림책, 정서 ㅣ 둥둥아기그림책 11
유문조 기획, 유승하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엄마에게서 얻을 수 없는 심리적인 안정을 가끔 아빠에게서 구할 때가 있다.사소한 것이라면 엄마의 힘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되지만(여성의 힘을 비하하자는 게 아니다.) 세상이 온통 새까만 깊은 한밤중이나 무서운 놀이 기구를 탈 때나 엄마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아이들에게 아빠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큰 존재로 다가간다.
우리집 큰 아이가 지금보다 조금 어렸을 적, 가족그림을 그릴 때면 엄마는 자신보다 조금 크게 그려 놓고는 아빠는 엄마의 두 배쯤 되게 스케치북의 키높이만큼이나 꽉 차게 그려 놓곤 했다.
내가 농담삼아
'에게! 아빤 사실 엄마보다 키가 작은데 왜 이렇게 크게 그렸니?'
라고 말을 던지면 아이는 금방 시무룩해져서
'아니야.아빠가 제일 크단 말이야.'
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대든다.
예상치 못한 아이의 반응에 아차! 실수했구나 싶어
'그래. 그래. 아빠가 제일 크지!'
라고 위로해 주면 아이는 금새 방실거렸다.
그러고는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오시면 거기에 대해 엄마가 다신 그런 말을 못하게 확답을 받아 놓으려는 심산이었던지
'아빠.아빠가 엄마보다 훨씬 크지?'
하며 되묻곤 했다.
그럼 아빠는 기분 좋은 웃음으로 허허거리고.
조금 서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아이와 아빠의 다정한 모습은 이내 내 마음을 정겹게 만들었었다.
이런 일의 있은 후 난 부자지간의 정을 나누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에게 아빠는 힘의 상징이며, 세상을 힘차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신적 지주와도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센 비바람에도 흔들림없이 아이들 곁을 말없이 지켜주는 튼튼한 버팀목으로서의 아빠. 아이들은 부모의 존재가 흔들릴 때 아직 세상에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자신들의 연약함이 두려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빠하고 나하고>는 아빠하고라면 세상에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아이들의 이런 심리적인 유대감을 잘 표현한 그림책인 것 같아 보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