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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에 사는 여자
마쿠스 오르츠 지음, 김요한 옮김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아슬아슬한 일상 & 침대 밑에 사는 여자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재미있는 소설일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의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의 그런 기대는 무너져버렸다. 첫페이지를 읽는데 너무 무거운 느낌이 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보통을 소설과는 다르다는 느낌도 받았다. 한없이 무겁기만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책을 읽을수록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것 같다.
이책의 내용은 주인공인 린이 6개월동안 정신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나오면서 부터 시작된다. 책에서는 왜 린이 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왜 그랬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린은 6개월간의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아침기상을 하고 세면, 그리고 나서 호텔 청소, 호텔 청소하는 일을 얻었다. 아프고 나서 곧장 일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린이 가만히 집에만 있기에는 현실이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던 것 같다. 린은 일을 하면서 아무 감정없이 한다. 나는 문득 사람에게 감정이 없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다. 아마 린처럼 그냥 삶이 무의미 하게 살아가는 것, 어쩔수 없이 살아가는 것, 린처럼 살아가는 것 같기도 했다. 린은 감정이 없다기 보다는 기운도 없고 삶의 활력도 없어 보였다.
린은 매주 금요일 의사를 찾아가는 것 외에는 대부부의 시간을 객실에서 보냈다. 그런데 어느 화요리 303호에서 퇴근 시간을 훌쩍넘은 시간에 있었는데 문이 열리고 손님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린은 놀라서 침대 밑으로 사라져버렸다. 린은 갑작스러운 손님의 등장으로 당황해서 침대 밑으로 들어가버렸다. 린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자꾸만 손님들의 침대 밑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생활을 몰래 엿보고 있었다. 아마도 린 나름대로의 지루한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난 작은 탈출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매주 화요일에는 침대밑에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린은 너무 외로워 보였다. 퀘퀘한 냄새에 먼지가 가득한 침대 밑에서 숨어서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시간을 보냈다. 침대밑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했었고 지루한 린의 삶에서 나름대로의 일상 탈출이었다. 린은 아마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현실이 힘들다는 것을 그리고 외롭다는 것을 사람들을 통해서 이야기도 하고 위로도 받고 싶었는 것 같다. 또, 침대밑에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만날수 있었으면 린은 덜 외로웠을 것 같다.
린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끝까지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린의 세계가 아닌 사람들의 세계에 함께 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린을 통해서 문득 세상속에서 자꾸만 도망치려고 하는 나를 발견할수도 있었던 것 같다. 자꾸만 힘든 세상을 피하려고하는 내가 린이 자꾸만 침대밑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것과 비슷했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