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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책을 들었을 때 청소년 교양시리즈로 나온 SF 소설인데 이 나이에 이걸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SF 소설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읽은 SF 소설이라곤 초등학교때 읽었던 우주전쟁이 전부가 아닐까 싶다. 미래를 상상하고 미래를 예측 하는 것들. 나는 그런 것들이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현실에 충실하기도 힘든데, 굳이 미래를 생각하고 상상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아주 오래전 있었던 영화 한편이 떠올랐다. 제목은 잘 기억하지 못하겠는데, 주인공의 일상생활이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지고 있는데 그걸 그 주인공은 알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깨닫게 되고 그 현실을 떠나려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기억의 전달자를 읽으며 내 머리 속을 내내 떠나지 않았던 영화다.
기억이란게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이전의 시간에 일어난 것들을 생각할 수 있고, 그 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사실 기억의 사전적 정의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찾아보고 싶지도 않다. 내가 알고 있는 대로 기억을 정의 하고 싶다. 인간의 기억은 얼마나 오래 갈까? 태어나서 1,2살 때의 일을 기억할까? 사실 나는 그런 기억은 잘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보통 충격을 받거나,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일이라면 그 기억들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기도 한다는 걸 들었다.
12살 소년 조너스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이런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 조너스가 살고 있는 곳은 “늘 같음 상태” 이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 되는 곳이다. 늘 같다라... 그런 세상을 꿈꿔본 적 있는가? 모든 것이 계획적이고 획일적인 곳, 개인의 감정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곳. 과연 그런 곳은 좋은 곳일까? 태어나는 것도 산모라는 임무를 지닌 사람이 아이를 낳고, 한 살이 되면 부모를 부여받고(?), 쌍둥이인데 태어나서 체중미달이면 “임무해제”를 통해 사회에서 사라지고, 부부도 맺어주고, 12살이 되면 각자의 적성에 맞게 위원회에서 임무를 부여하고, 이런 삶에도 아무런 불만을 가지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기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은 전달되어야 할 것이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 기억을 간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12살 소년 조너스가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임무를 부여받은 뒤 가장 뒤늦게 받은 임무가 바로 “기억 전달자”라는 것이다. 기억 전달자라는 임무는 특별한 것이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많은 것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무례함을 금지하는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어떤 주민에게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고, 그 대답을 들을 수 있고, 거짓말을 해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조너스는 기억의 보유자로부터 기억을 전달 받는다. 오래 전부터 전해오던, 전쟁, 배고픔. 사랑, 색깔, 썰매 등의 기억들을 통해 조너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조너스에게는 선택이라는 기회가 주어졌다. 남들은 자신들은 자신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자신은 하고 있기에 고뇌를 느끼고 결국은 떠나기로 결심을 하는 것이다.
과연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이런 식의 통제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좋을까? 사실, 조너스가 살고 있는 곳은 정말 자신의 적성에 맞게 임무가 부여된다. 그리고 철저하게 나이가 많이 들거나 개성을 지녔거나,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임무해제”를 시킨다. 적성이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적성이라기 보다는 사회가 흘러가는 대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경향이 다분히 있는 것 같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고, 우리가 겪은 것들에 대해서 기억 할 수 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계획된 일률적인 삶을 사는 것보다는 확실히 우리가 아픔을 겪고 힘들어 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사는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12살 조너스를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생각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SF소설이라고 해서 별로 얻을 만한 게 있었나 했었는데, 정말 의외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