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개
양쯔쥔 지음, 이성희 옮김 / 황금여우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서점가에 한창 중국소설이 바람을 불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일본소설의 막강한 영향력에 힘입어 중국소설의 한국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드물지도 모르겠다. 위화, 모옌, 쑤퉁, 허다차오, 그리고 사자개의 저자 양쯔쥔까지 다양한 중국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다. 사실 위화의 이름은 여러 번 들어 보긴 했지만 다른 작가들은 네게 굉장히 생소했다. 특히나 이번에 사자개는 내가 삼국지 다음으로 처음 읽은 중국 현대 소설이다. 그래서 내게는 더 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소설, 그리고 일본소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광활함 같은 독특함이 중국소설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한국 사람들과 살아온 환경과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자개라.....처음 사자개라는 책을 들었는데 가장 놀란 것은 677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낯설은 지명과 이름들 때문에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초반에는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기도 곤욕이었고,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내가 거기에 빠져든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책이 바라 사자개가 아닌가싶다.

 

사실 사자개라는 말은 언뜻 한번 들어본 기억이 있긴 한데,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사자개라는 것을 검색해보았다.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아 안타깝긴 했는데, 사자개의 사진은 볼 수 있었다. 정말 생긴 것도 용맹한 것이 사자를 굉장히 닮은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삽살개가 사자개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정말 자세히 보니 조금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기자인 저자의 아버지가 티베트의 시제구로 향하면서 썅아마 초원의 일곱아이들과 ‘설산의 사자개’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깡르썬거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 외에도 용맹하면서도 야심 찬 까바오썬거, 나귀처럼 거대한 몸집을 가진 나르와 궈르, 그리고 순백색 털을 가진 사자개 대왕 등이 등장한다.

 

드넓은 초원과 만년설이 뒤덮인 티베트를 무대로 펼치는 이들의 투쟁과 화해, 사랑과 우정, 충성심과 신뢰는 정말이지 한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인간과 인간이 대립하고, 그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싸우는 사자개들의 충직함과 그들의 용맹성에 정말 놀랠수 밖에 없었다. 정말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 헐뜯고 싸우는 이기적인 인간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자개를 통해서 우리 인간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용맹스럽고 발빠른 사자개의 순수혈통은 찾아볼수 없다고 한다. 인간들의 이기심과 자만심으로 그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사자개가 우리들에게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우리는 이 소설의 사자개들을 통해서 우리들을 한번쯤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나 이 책은 20년동안 티베트에 살면서 사자개와 함께 해온 저자의 아버지와 사자개에 대한 애뜻한 사랑이 녹아나는 책이기에 더 큰 의미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배경도 1949년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를 무력으로 강제 합병하려던 시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티베트라는 나라에 대해 또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년설로 뒤덮인 티베트 고원의 설산과 그들이 지켜오던 성스러움이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하면서 본래의 고유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티베트의 운명과 사자개의 운명이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접한 중국소설 사자개는 내게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고, 중국소설에 대한 선입견도 많이 버릴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용맹하고 충직스러운 사자개.... 아마 앞으로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저자가 기자 출신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다소 문학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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