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전형적인 프랑스 소설. 무슨 뜻인지는 직접 읽어보시고 알아채시라.
 루이 블레리오. 이 자가 최초로 영불해협을 비행해 건넌 사람이라고 한다. 프랑스에 블레리오랭게라는 집안이 있었는데 집안을 이끄는 블레리오랭게 선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엔지니어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등을 누비며 선진 프랑스의 공학을 널리 전파한 인물로 일찍이 교사 출신 아내를 얻어 외아들 하나를 낳고 이름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프랑스에선 전설적인 비행사, 루이 블레리오라고 널리 불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루이라고 지었단다. 그래서 이 양반 뜻대로 이후엔 세상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루이 블레리오,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까진 좋았지만, 교사출신 아내가 유전적 요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신경질환, 지독한 우울증 증세를 가지고 있어 평생을 아내의 기분에 맞춰 사느라 자기 자신을 잊은 수준까지 이르렀던 거다. 이제 나이 일흔이 넘으니 그동안 뭐 하러 자신의 인생을 한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데 다 낭비를 했는지 스스로의 영혼이 고갈되는 느낌이 자꾸 드는 모양으로, 급기야 블레리오랭게 씨가 중증 우울증에 입문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전형적인 이십세기 초반 태생의 부부. 이런 집안에서 낳고 자란 루이 블레리오. 성격상 조금의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자연선택에 의하여 그렇게 됐는지, 이혼 경력이 있는 연상의 여자를 골라 혼인하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애인, 여자 애인을 둔다. 여기서 잠깐. 루이가 양성애라서 자연선택이니 성격상 문제니 하는 거 아니라는 걸 밝혀두자. 온 라인에서 이런 거 미리 안 밝히고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뭔 소리를 들을 줄 모른다. 양성애라서가 아니라, 혼인 상태에서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에이, 굳이 이렇게 설명을 해야 하니 자판 두드리는 맥이 딱 끊겨버리잖아. 이깟 독후감 하나 쓰기도 드럽게 어려운 드러운 세상.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모르겠다 걍 패스.
 루이의 남자애인은 간단하게 관계가 끊어지는데 ‘노라’라고 하는 영국 아가씨는 하이고, 정말로 사랑을 해버리는 단계까지 치솟는다. 노라. 노라? <인형의 집> 생각나시지? 노라한텐 또 애인이 한 명 더 있다. 잘 양육되고 잘 배운 미국인으로 영국에 와서 금융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엘리트. 거구에 얼굴엔 천연두의 흔적이 약간 패 있는 건장한 남자. 그러니까 노라는 영국에 있을 땐 미국인 ‘머피’하고 사랑을 다져나가고 때에 따라 그에게 2~3천 달러 정도를 얻어 쓰며, 연극을 더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에 오면 유부남인줄 번히 알면서 루이와 진한 사랑을 만들어가며 역시 5천 달러 정도는 그냥 말없이 집어가기도 한다.
 자, 얘기를 루이에게 집중하자면, 루이는 돈 잘 벌어 자신을 사실상 사육하는 아내도 죽자고 사랑하고, 노라 역시 없으면 죽을 거 같이, 세상 살면서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줄 정도로 몸 바쳐 사랑하는데, 둘 가운데 한 명과의 사랑이 깨지면 다른 하나와도 관계가 망가질 거 같은 암시를 자꾸 받는다. 근데, 루이의 아내 입장에선? 이런 거 다 개소리, 멍멍. 그렇지? 그렇다.
 인생은 짧다. 평생 아내의 중증 우울증을 옆에서 보며 간혹 와장창 터지는 폭발을 완전히 감수하며 살아온 늙은 남편은 어느 날 인생이 너무 짧은데 이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걸 자각하지만, 어느새 남은 힘이 없다. 이루지 못하는 욕망을 좇다가 사랑은 내 인생과 그녀의 인생, 둘 다 사랑과 함께 사라지고, 아 도무지 더 이상 쓰면 분명 스포일러인 것을 알면서 계속 얘기할 수는 없고.
 대강 무슨 이야기인줄 아시겠지? 예, 맞았습니다. 당신 생각이 옳습니다. 근데 문장과 문체가 어디서 많이 본 듯. 어디긴 어디야, 20세기 프랑스 소설에서 좀 색다른 문장 나오면, 아는 척 하는 법, 지금 가르쳐드린다. 무조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게 틀림없다, 라고 얘기하시면 거의 맞으며, 폼 또한 무척 난다. 이딴 거, 내 독후감에서만 배울 수 있다. 진짜다. 흐흐흐. 잘난 척은 언제나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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