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J.M.G. 르 클레지오 지음, 홍상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도양 모리서스 섬을 영국이 점령하니까 열 받은 르 클레지오. 엄마가 프랑스 사람, 아빤 영국 사람. 두 나라의 언어 모두를 모국어로 삼는 작가가 마음 먹기를 앞으로 내가 드런 영국말로 글을 쓰나 봐라. 해서 프랑스 소설가가 됐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프랑스란 나라, 20세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이마를 맞대고 흥정하기를, 모로코 우리 줘라. 대신 너넨 이집트 먹고. 마치 미국과 일본이 동경 요릿집에서 이마를 맞대고 너넨 필리핀 잡숫고, 우린 조선 먹는 거야, 오케이? 가쓰라 태프트 밀약과 비슷하게 결정을 해버린 건 정말 몰랐을까? 충분히 알았다. 안 그러면 <사막>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테니.

 유럽 백인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뭔지 아시나? 그건 바로, 탐욕이다. 남의 것이라도 힘으로 때려서 기어코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던 사실史實은? 십자군 전쟁. 누구는 십자군 전쟁을 일컬어 포피와 귀두의 전쟁(요새 읽은 책에 나오지만 어떤 책인지는 헷갈려 아무리 궁리해도 모르겠다), 우리 말로 고치면 안 깐 놈들이 깐 놈들한테 처들어가 벌인 패싸움, 이라고 하더만 천만의 말씀. 동양의 귀두족(깐 놈들)은 애초부터 싸울 마음도 먹지 않았었다. 거의 백프로 유럽백인들의 탐욕 때문에 집단 살상과 수탈이 벌어졌던 거다. 그것을 기점으로 역사는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오고, 중세시대 이래 끊임없이 유럽 각국에서 전적으로 필요했던 건 단두대와 금화였으며 이를 위한 동양 수탈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오늘 하루 종일 시간 있다. 어제 술 왕창 때려마셨더니 아침에 일어나 거울 보니깐 꼬라지가 완전 불그죽죽. 이 모양을 하고 회사갈 마음이 나지 않아 아예 하루 휴가 내고 지금 PC 앞에 앉았는데, 때마침 고맙게도 마누라가 외출까지 해주셨다. 그리하여 잡담 꽝.

 동양, 특히 동아시아에선 그러지 않았다. 대국 중국이 이유없이 옆나라 먹어치우고 막 훔쳐가고 그런 거 별로 못봤다. 주변국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소위 조공을 바쳤다. 먹고 살기 팍팍한데 조공을 왜 바쳐? 천만의 말씀. 하다못해 여러분들이 영광스럽게 생각해마지않는 고구려조차 쉼없이 조공을 퍽퍽 바쳤다. 정말이다. 역사책에 다 나온다. 왜 그랬게? 조공을 받은 큰나라, 체신없이 조공 받고 입 싹 닦지 않았다. 세 개를 받으면 열 개 정도를 줘야 대국 체면이 선다고 생각했다. 땅은 넓으나 기후가 별로라서 경제력은 막강하지 않았던 고구려, 이걸 노려 시도 때도 없이 조공을 팍팍 바쳤다. 그러니 전쟁도 별로 없이 크고 작은 나라들이 비교적 사이 좋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거. 우리 살갗 누런 인종들은 저 유럽 망나니들하곤 근본적으로 달랐다는 말씀)

 하여간에, 나중 유럽이 금속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대포와 총기등의 선진무기가 등장하자 본격적으로 각 대륙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는데 그 땅이 벌판이건 산악지대건 사막이건 간에 가리지 않았다. 참, 새끼들, 식성도 좋아. 먼저 종교, 즉 기독교를 가장하여 선교사를 보내 정찰을 한 다음에 군대를 이끌고 총 공격을 해버리는 거다. 사막의 오아시스에 모여 살다가 자기들의 터전에서 쫓겨나 광막하고 덥고 건조하고 작열하고, 때론 부드러워 발목을 집어삼키는 통에 걸음걸음을 힘겹게 만들고, 때론 날카로운 돌조각의 벌판을 건너는 맨발을 피투성이로 만들어가며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야만 했던 원주민. 유사이래 누천년 광활한 사막에서 푸른 옷의 전사로 용맹함을 날렸으나 이제 눈과 마음이 없는 기관총탄에 난사당해 사막모래를 잠시 검붉게 적셔야 하는 넝마 입은 흑인. 수없이 많이 동족과 가축의 죽음을 무릅쓰고 사막을 종단했으나 그들이 찾은 도시는 그리스도란 이름의 유대인을 믿는 백인들의 협박이 무서워 사막에 살았던 동포를 포용해줄 수 없는 처지. 결국 또다른 도시로 걸어가다 지쳐 쓰러져 서서히 처참하게 죽지 않기 위해 유럽에서 온 백인들의 기관총을 향해 칼과 창을 휘두르며 돌진해야 했던 종족. 그리고 그들의 후예.

 후예들, 몇 십년이 흘러도 결국 도시에 입성하지 못하고 변두리 지역에서 기름종이를 나뭇가지에 얽어맨 루핑집에서 필연적으로 불결한 환경 아래 생을 이어가는 이들. 그러나 이쪽 한 발 너머는 끝도 없는 사막이며 이쪽 한 발 너머는 지중해. 글자를 포함해 거의 모든 문화에서 소외되었음에도 혈관을 통해 이어지는 사막의 기운. 응시. 그들의 후예, 그들의 딸을 본 유럽인은 "구릿빛 얼굴에 길고 매끄러운 몸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이 눈부셨는데, 이건 프랑스, 마르세유나 파리 역시 수없이 수도 없이 광막하기만 한 사막이었던 것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오늘. 책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직접 읽어보시라고. 내가 좋은 책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이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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