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나이마 을유세계문학전집 83
마리우 지 안드라지 지음, 임호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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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앞 부분에서 일단 황당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아마존 원주민이 살았는데, 당연히 어릴 적에는 누구나 다 그렇듯이 매우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날 두 형제와 함께 셋이서 밀림을 떠나 비까번쩍하는 도시 상파울루를 향해 간다. 여행길에 아주 오래 전에 아마존에서 예수의 도를 설법하다가 죽은 수메 성인의 발자국이 있어 움푹 팬 자리에 고여있는 물 속에 몸을 담그자 백인이 된 우리의 영웅 마쿠나이마. 마쿠나이마가 먼저 몸을 담아서 조금 흙탕물이 된 못에 다시 들어간 큰형은 누런 황색이 되고 거의 물을 다 써 진흙탕이 된 발자국 속에 아무리 뒹굴어도 둘째형은 여전히 검은 피부를 조금도 밝게 만들 수 없었다. 그럼 예전 아마존의 예수 전도자 수메 성인의 몸은 도대체 얼마나 크다는 건가. 발에 팬 자국에 고인 물에 목욕을 했을 정도니. 문득 떠오르는 우화적 인물이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언덕에 서서 오줌을 누니까 강이 되어 흘러 적군이 빠져 죽었다는 팡타그뤼엘. 프랑스의 호랑말코같은 과장법이 대서양을 건너 브라질 까지 왔나? 그건 아니고,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좀 알겠는데, 한 배에서 나온 세 형제가 각기 흑인, 물라토, 백인의 형질을 가지게 됐다는 은유인데 이건 바로 브라질이란 나라를 구성하는 특징적인 인종이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는 아이고 또 라틴 아메리카적인 환상문학, 아몰랑주의 소설인가보다, 지레짐작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 인간을 잡아먹으니까 먹힌 인간의 형질이 먹은 인간에게 그대로 이어져 그때문에 급박한 위기에 처했다가, 에라, 손가락에 목구멍 깊숙이 집어넣어, 방금 잡아먹었으니 이제 음식물에 불과해진 건더기를 토하니까 또 갑자기 위험에서 구출된다는 거 등등, 어찌 아몰랑 주의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으랴.

 그러나 읽기를 계속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는 건, 이 소설 <마쿠나이마>가 20세기에 쓴 건국신화라는 거. 건국의 아버지는 당연히 책의 타이틀 롤 마쿠아니마. 자신이 목숨을 걸고, 실제로 한 번 죽었다가 부활까지 해서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일으킨 나라는… 아이고, 이 대목에서 열린 공간에 독후감을 써야하는 내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이,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거. 새로이 밀림 속에서 움튼 나라가 무엇이다, 라는 게 바로 글 쓴 이 마리우 지 안드라지의 결론이기 때문에. 결론을 미리 알고는 도무지 책을 읽을 맛이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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