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책
알베르 코엔 지음, 조광희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우리나라 출판사들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건, 어느 출판사가 됐든 알베르 코엔의 유대인 4부작 가운데 <솔랄>, <망주클루>, <용감한 형제들>을 번역 출판해주었으면 하는 일이다. 사부작의 세 번째 작품 <주군의 여인>은 창비가 번역해 내놓았다. 그 책을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내 어머니의 책>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이 책을 코엔이 썼다는 것 하나만 가지고 서슴없이 구입했다. 서재친구들은 다 아시리라. 내가 이미 죽은 부모를 내세워 감성팔이 하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코엔의 유려하면서도 장황한 문장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도무지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내용과 부록으로 달린 작가 연보를 보면, 코엔은 1895년 그리스 코르푸 섬에서 출생한다. 유럽의 반유대주의 사상은 20세기 초중반 독일의 나치들에 의하여 새로이 개발된 것이 아니라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유구한 전통을 이루던 것이 이 때에 돌이킬 수없이 공고화되어 버린 거다. 하여간 그리스에서도 반유대주의가 점차 고조되자 코엔 가족은 말 그대로 남부여대하여 프랑스 말이라고는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면서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로 이주하고, 아리안 족 한 명에게 거의 전 재산을 사기당하고 만다. 이런 여파에도 유대인의 전통 가운데 자식 교육 하나는 똑바로 시키라는 항목을 준수하여 부모는 알베르를 수녀원 부속학교에 입학시킨다. 알베르가 점점 자라 스무 살이 되자 쥬네브로 유학을 가고, 거기서 스물네 살이 되던 해에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다. 이후 책에서 아버지의 자취는 사라져버리고 오직 어머니 한 명만 남는다. 알베르는 <주군의 여인>에서 주군, 즉 솔랄처럼 스위스에 있는 국제연맹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를 어머니가 보기에 자기 아들이 모든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제일의 기관에서 벼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름만 되면 몇 주 동안 마르세유에서 쥬네브로 알베르의 거처를 방문하는 엄마. 그러다 세월이 더 지나면 알베르는 런던으로 파견을 가게 되고, 이때 2차 세계대전이 터져 엄마는 마르세유에 남아, 독일군에 의한 마르세유 유대인 가스 박멸작업이 시작되기 두 주 전에 생을 마감한다. 알베르 코엔은 저 멀리서 땅에 묻힌 어머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가슴 위에 무거운 대리석을 올려놓아 절대로 땅을 뚫고 다시 살아날 수 없게 단단하고 찬 땅에 굳어버린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어머니와 함께 지낸 유년시대, 소년시대, 쥬네브 시대를 떠올리며 통한의 마지막 편지를 1943년과 44년에 걸쳐 연재를 한다. 우리는 이럴 때 뭐라고 한다고? 그렇다. 내 신조이기도 하다.
 “있을 때 잘하지.”
 코엔 역시 책을 마감하고 마지막에 가서 세상의 모든 아들들에게 절절한 감정으로 제발 있을 때 잘하라고 호소하지만, 절대로 그들이 진짜 있을 때 잘하리라고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정도면 그림이 훤하게 그려지시지, 어떤 책인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나는 이 책의 내용은 결코 기대하지 않고 샀다. 코엔의 유려한 만연체 문장을 읽어보기 위한 목적 하나, 그것이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어떻기에 그럴까 궁금하신 분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주군의 여인>부터, 길어서 읽어치우기 좀 버거운 작품이지만 <주군의 여인>을 먼저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