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아이 XXX 연극과인간 중국현대희곡총서 4
멍징후이 지음, 장희재 옮김 / 연극과인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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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제목 <워 아이 XXX>가 뭘까? 한자로 하면 我愛XXX, 즉 “나는 XXX를 사랑한다.”라는 뜻.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희곡이라면 당연히 등장인물을 소개해야 하고, 무대 장치 및 배경을 설정해야 하는데, 아니, 여태 그런 줄 알았는데, 다짜고짜 이런 것부터 나온다. 처음 열 줄만 인용한다.

 


              제1부분 다짜고짜 하는 말
 나는 빛을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그래서 곧 빛이 생겨났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그래서 곧 네가 생겨났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그래서 곧 내가 생겨났다

 

 나는 1990년을 사랑한다
 나는 1990년의 신년 종소리를 사랑한다“

 

 

 희곡은 연극의 대본을 일컫는 말이다. 요새 연극이니까 무대 설정은 필요 없다 치자. 그래도 배우가 등장해서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니 적어도 다음과 같아야 하리라.

 

 호레이쇼 : 나는 빛을 사랑한다
 요릭 : 나는 사랑한다. 그래서 곧 빛이 생겨났다

 

 이런 거 아닌가? 분명히 대사는 있는데, 대사를 하는 배우는 보이지 않는다. 아주 오래 전 대사라고는 아아아~, 어어어~, 으으으~ 만 있던 연극 <산씻김>을 본 적 있다. 대사는 대단히 간단하지만 아이고, 배우들 연기하려면 숨넘어가겠더라. 온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또 누웠다가,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막 내리는 대신 암전으로 끝나고 인사하는데 보니까 여배우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뭐 좋다. 먼저 읽어보고 얘기하자 싶어서 읽었다. 금세 읽는다. 아홉 개의 부록까지 합쳐서 70쪽도 안 된다. 여기까지 읽고 느낀 것.
 “근데 뭐?”
 그래서 해설을 봤다. 이렇게 씌어있다.

 

 “<워 아이 XXX>는 스토리의 해체와 말하기에 대한 강박이 드러난다. 대사들 사이에 스토리는 없다. 멍징후이는 스토리를 해체한 대신, 못 다한 말을 쏟아낸다. ‘나는 XXX를 사랑한다’라는 동일한 문장 구조 속에 반복, 치환, 삭제, 삽입의 방법으로 어휘를 배치하여 절묘한 리금감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그는 음성언어, 침묵의 언어(자막), 수화, 신체언어 등 다양한 언어형식과 말하기(speaking), 속삭이기(whispering), 외치기(shouting), 혼자 말하기, 함께 말하기, 이어 말하기, 끼어들어 말하기, 등 다양한 발화방식을 사용한다.”

 

 아이, 나 같은 연극 문외한이 처음부터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런 해설은 책의 뒤편에 싣는 대신 머리말 비슷하게 앞에다 배치했으면 좋을 뻔했다. 한 방에 알아듣겠다.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소통방식으로 하여간 대사를 관객한테 전하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러다보면 대화의 운율에 따라, 더구나 중국어는 사성이 있으니 한국어에 비하면 더욱 효과적인 음악적 표현이 될 수도 있고, 수화나 화면의 자막을 통한 시청각에 호소할 수도 있는 것.
 그러려면 희곡만큼이나 연출이 중요하겠구나. 흠. 나 같으면 어떻게 연출을 할까. 이거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잘 하면 재밌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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