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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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에서 대한민국원주민 내용중 '못된가시내3'을 보고 최규석, 그의 '리얼'에 치를 떨었었다. 그렇게 파편적으로 보아오던 그의 만화를 <습지생태보고서>와 <대한민국원주민> 단행본으로 만나면서 그는 나의 '스타'인 작가가 되었다. 

<대한민국 원주민>에서 나를 사로잡은 건 사람을 따스하게 쓰다듬는 그의 위로였다. 그는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데 왜 나는 내가 위로받는 것같은지. 그래서 이 책은 내개 만화가 아니라 심리학 서적이었다. 시대와 사회와 가족이라는 개인이 어쩌지 못하는 그 관계와 맥락안에서 무기력했기에 더 아픈 상처들을 보듬어주는, 그래서 현재의 나까지도 그리 치유해주는 작품이다.

<습지생태보고서> 촌철살인으로 자신의 바닥을 냉소적으로 드러내는 '리얼궁상만화'다. 그런데 그 냉소가 나를 성찰하게 만든다. 크게 소리내어 웃으며 내 속물적이고 소시민적 근성을 맘껏 비웃게 한다. '논점이탈'은 있는거 자랑하는 넘들에 대한 비난에서 시작해서 서로서로 얼마나 잘나가는 사람을 알고있는가에 대한 자랑질로 침튀기는 상황으로의 반전이 허위의식에 빠진 우리를 보게하는데 그게 얼마나 '리얼'한지 짧은 컷 몇 개가 가진 스토리의 힘이 느껴진다.
최규석의 만화들은 정말 주옥같은 대사들이 넘실댄다. 그걸 다 옮기지 못함이 아쉽고, 다 기억하고 일상에 들이대지 못해 속상하다. "애들한테 잔소리 못해서 우월감 에너지가 바닥났다보다." "그런거 아냐!! 신자유주의 파고에 휩쓸린 지구촌의 미래가 걱정되서야"

<울기엔 좀 애매한>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의 시간이다. 이제야 만난 이유가 '작업노트'에 나와있다. 수채화로 작업한거라는, 그래서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는....왜 표지부터 느낌이 다른가 했더니만. 앞서 만난 작품의 감동의 파고가 너무 높았기에 그와 비교하면 좀 평범하다는 느낌마져 들었는데 그나마 '작품노트'를 읽으면서 이번엔 스토리보다 오히려 작업과정을 들여다보는 느낌과 '만화'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평점을 커버한다. '리얼궁상'은 여기서도 빛을 발하고 너무 찌질해서 울기에도 애매하다는 작중 인물에게 마지막 '눈물'을 하사하는 훈훈함으로 마무리한다. 최규석의 작품은 에필로그가 늘 재미있고, 에필로그를 읽어야 작품이 완성된다. 섬세한 감성과 어긋나는 그의 외모가 삽입되었던 앞의 두 작품과 다른 매력으로 <울기엔 좀 애매한>의 에필로그인 '작품노트'는 만화가로서의 그의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ps. 아마도 당신의 눈으로 보는 것보다 제 눈으로 보는 이 작품은 훨씬 멋진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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