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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Not For Sale,
오로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소유물로 간주되는 세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세상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인간'이라고 소리소리쳐야 하는 이들과 '인간'임을 굳이 밝힐 이유가 없는 이들. 자본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자신들을 '주인님'으로 신격화되는 자리에 있어서 굳이 인간일 이유가 없다. 지나친 '권리'의 행사로 늘 피로한 이들과 그들에 의해 여차하면 '노예'로 취급당하며 늘 피해의식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들. 이런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고, 이런 이분법으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기 위해 역사는 이제껏 피를 흘리고 있다.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는 그 피흘리는 역사의 현재적 상황을 보여준다. 인류모두가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라는 '인권'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는 2012년에 벌어지고 있는 일, 보편적 권리인 '인권'은 결코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책은 정말 박진감(?)있게 그린다.
1단원 '세상은 혼자인 아이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다'와 4단원'꺽인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다'는 우리에겐 익숙한 현실이다. 스스로 선택했다고 여겨지는 여성들의 구조화된 성적 인신매매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 그곳에 있는 이들은 "꾸준한 물갈이 때문에 여자들은 좀처럼 서로 신뢰하고 연대의식을 느끼는 관계를 맺지 못했다. 그들은 같은 악몽을 꾸었지만 각자 외로이 고통을 견뎠다."(53) "학대는 신체적 구타를 넘어 전 범위에 걸쳐 있다. 포주의 목적은 여성들의 감정과 정신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다."(86)
이러한 조건 속에서 포주들은 사람배달을 아웃소싱하면 전세계에 걸쳐 네트워킹을 형성해놓았다. 나쁜자본의 관례대로 움직이는 이들의 방식은 상대적 빈곤과 이를 방관하는 사회조건에서 끔찍한 속도와 위력으로 번성한다. "지하경제는 성 노예를 중심으로 구축된다. 착취를 통해 지하 경제를 살찌우는 것은 뮌헨이든 프놈펜이든 리마든 마찬가지다."(271) 여기에 덧붙여야겠지, 서울도, 대구도, 한국의 모든 곳도 마찬가지다.
3단원 '고통의 과거를 태우는 꽃들'은 아이들에게 가해진 폭력적 상황이 어떻게 이들의 영혼을 잠식하는지, 가해자가 되도록 강요된 아이들의 비극이 가슴을 처연하게 한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가난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두 악마와 외롭게 싸우느니 이미 익숙한 악마와 함께 사는 편을 택"한다는 것, 우간다에서 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사회 가정폭력상황에서도 이미 익숙하게 보아오던 장면이다.
6단원 '지금 이름 모를 꽃들이 죽어가고 있다'에서 인신매매에 대응하는 폴라리스의 다섯가지 전략이 나온다. 첫째,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자기 지역의 인신매매 시장 규모를 축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둘째,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셋째, 누가 범죄자인지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 넷째, 법률의 제정과 사법기관중 법원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 다섯째는 모든 소비재의 공급 사슬을 추적하여 생산 경로를 밝히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고, 하려고 한다. 하지만 "포주들은 이제 기세가 오를대로 올랐습니다. 경찰도 사법제도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감히 자기들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무법자들이 활개 치고 다니는 것은 다 우리가 자초한 일입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지 못한 우리 미국인들의 잘못입니다."(316)라는 자백처럼 우리 사회가 자초한 일을 풀어나가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반인신매매 단체들의 활동이 정말 멋지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결코 그일이 멋지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들이, 우리가 있어야만 하기에, 그건 바로 우리자신을 지키는 일이기에 할 뿐이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그래서 멋지게 보인다는 것, 참 아이러니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