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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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를 읽는 시간 내내 나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엄마에 대한 두려움? 누가 올리브를 두려워할 수 있단 말인가? 두려운 것은 바로 그녀였는데!

 

 

독파챌린지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손도 못 대고 있었을 <올리브 키터리지>

퉁명스럽고, 거대한 여자.

그녀의 퉁명스러움이 낯설다.(이 낯선 느낌은 나도 모르게 올리브 키터리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했고, 좋은 문장들이 많았으며 그래서 나는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을 상상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 작품에서 선량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가진 건 올리브가 아니라 헨리 키터리지였다.

어쩜 올리브는 헨리의 정직성과 선함과 따뜻함과 경건함에 맞섰던 건 아닐까?

 

 

 

"결혼하고 수십 년을 같이 사는 동안, 당신은 한 번도 사과를 한 적이 없는 거 같아. 무슨 일에도."

 

 

올리브가 사과하지 않은 이유는 아무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녀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헨리마저도...

 

올바르고, 경건하며,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좋은 인상을 주는 헨리 곁에서 그녀는 악역을 자처해야만 했을 것이다.

거침없는 그녀의 말을 헨리는 묵살하거나 한숨으로 그녀의 잘못을 질타했다.

사람들은 그런 헨리를 동정의 눈으로 보았고, 그런 시선들은 올리브에게 더 철갑을 두르게 만들었다.

 

독파챌린지 미션 중에 등장인물 중 나랑 닮은 인물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성향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뒤로 갈수록 올리브의 지금이 나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하든 닿지 않고

상대로 하여금 버거움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

퉁명스러운 말투 때문에 좋은 말, 옳은 말을 해도 닿지 않는 사람.

왠지 '미안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

오지랖이 넓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은연중에 도움이 되는 사람.

당장은 그 사람 말이 들리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 사람.

거침없고, 씩씩해 보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감성적이어서 그 방어막을 굳건하게 둘러쌓아 놓은 사람.

올리브 키터리지...

 

너무 늦었을 때에야 뭔가를 깨닫는 것이 인생일 거라고 생각했다.

 

 

작은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속속들이 알아서 재미없지만, 너무 잘 알아서 부딪히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서 재밌고, 그래서 피해 갈 줄도 아는 그런 동네...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올리브는 있는 외동자식도 없는 나는 그 막막한 외로움을 어떻게 감내하며 살게 될까?

 

다시, 올리브를 읽으며 그 답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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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 도쿄, 불타오르다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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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본성을 보게 만드는 이야기 <폭탄>.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한 명씩은 죄수가 있고

신음하는 서글픔

 

 

누구나 한 번쯤, 한 명쯤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나 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증오와 같은 감정은 커다란 사건을 보면서, 잔인무도한 살인자를 보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거나, 내 감정을 건드리거나, 나를 분노케 하거나, 나를 완전 짜증 나게 할 때 생긴다.

 

옳고 그름이 분명했던 시절이 있었다.

다수가 가진 기준에 부합하는. 그래서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기준이 모두 같기에 똑같은 마음으로 단죄할 수 있었던 시절.

지금은 그 기준이 제각각이라 옳고 그름은 명확하지 않다.

 

<폭탄>에 나오는 스즈키는 그런 보통의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았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고, 기억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파문이 이는 지는 귀신같이 알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말하는 남자는 자신이 '촉'이 좋아서 도쿄 곳곳에서 폭탄이 터질 거라는 걸 안다고 말한다.

교묘한 말솜씨로 직급 낮은 형사들을 구워 삼고, 그를 상대하러 온 고위직 형사들과는 두뇌싸움을 한다.

아홉 개의 꼬리 게임.

스무고개 같은 이 게임에 스즈키는 힌트를 넣는다. 그걸 풀면 폭탄의 위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늘 한발 늦다.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다친다.

그리고 스즈키는 자신을 상대하는 경찰들을 농락한다.

 





취조실 안에서 벌어지는 설전

탐문을 하면서 폭탄의 위치와 스즈키의 신상을 알아내야 하는 경찰

내성적인 대학생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은 나를 답답하게도, 나를 섬뜩하게도 만든다.

 

누구나 할 법한 생각들을 가지고 스즈키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폭발한다고 해서 딱히 문제 될 건 없지 않나요?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 이상

나와 연관된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 이상

딱히 문제 될 게 없는 일.

세상 모두의 뉴스를 차지하고 있는 일들이다.

그저 그랬구나, 그랬군. 하며 걱정은 하지만 그저 잠시일 뿐인 일들.

 

<폭탄>은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두의 존경을 받던 형사 하세베는 사건 현장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본인도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그 변태적 행위는 발각되어 그를 우러러보던 많은 동료들의 외면을 받았다.

도도로키만이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로 인해 도도로키 역시 동료들에게서 내쳐진다.

그런 게 바로 동료의식인가?

스즈키의 논점은 밉지만 핵심을 찌른다.

그가 말하는 모든 것에 반박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묻지 마 보다 더한 괴물을 만났다.

그리고 그가 던진 말들은 폭탄이 되어 내 가슴에서 터졌다.

그 폭탄이 파편들이 여기저기에 박혀있다.

 

나는 도도로키였고, 사라였고, 쓰루쿠였고, 기요미사였고, 이세였으며 유카리였다.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나는 아니야.라고 말한다면 그건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거짓으로 포장하며 산다.

내 안의 본성을 숨기고 살아가다 스즈키 같은 인간을 만나면 주체할 수없이 폭주한다.

모두가 이 이야기 안에서 자신의 본성과 마주했을 거 같다. 자신이 어떤 인간임을 깨닫게 될 때 그것만큼 죽고 싶을 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런 감정은 재빠르게 감춰버린다.

인간의 본성은 늘 '선' 하니까.

 

비록 마음에 한 명의 죄수를 담고 살아가겠지만...

 

우리가 평소에 스치듯 생각하면서도 곧 잊어버리는 우리 본성에 대한 이야기 <폭탄>

발견되지 않은 마지막 <폭탄>은 우리 가슴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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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로런스 블록 외 지음, 로런스 블록 엮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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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놨는지도 모르게 책장에서 빛이 바래지고 있던 책.

독파챌린지 에 떴길래 무턱대고 신청.

볼 때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책을 이제야 읽음.

 

 

에드워드 호퍼 의 그림 17작품에 이름만 들어도 아는 작가들이 그림에서 받은 영감으로 단편 한 편을 써냈다.

표지의 그림은 문학동네 출판사가 자체 이벤트로 공모해서 당선된 작품들이 전자책으로 나와있다.

독파챌린지를 통해 표지 그림을 모티프로 한 당선작들도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전시회를 자주 다니려고 노력하는데 그림 앞에 서 있을 때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게 1도 없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된 화가들과 작품들 그에 딸린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나름 그림에 친숙해진 기분이 든다.

호퍼의 그림 역시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빛 혹은 그림자>에 실린 단편들은 작가들의 개성이 담겨있어서 그런지 어느 단편집 보다 더 즐겁게 읽었다.

 

제가 제일 즐겁게 읽었던 단편은 바로 <밤을 새우는 사람들> #마이클코넬리 의 작품입니다.

보슈가 나와서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보슈를 이곳에서 만날 거라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죠~

 

첫 단편 <누드쇼>는 마지막에 꽤 통쾌했습니다.

마치 새장 문을 열고 화려하게 날갯짓을 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새 한 마리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조이스 캐럴 오츠 의 <캐럴라인 이야기>도 처음엔 빤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빤하지 않아서 싱그러웠어요.

로버트 올랜 버틀리 의<푸른 저녁>은 섬찟했어요. 처음 읽는 작가인데 이 분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제프리 디버 의 11월 10일의 사건 역시 멋지게 망명한 디터 동지와 그를 철저하게 감시했다고 생각하는 화자의 이야기는 나중에 그 화자가 디터의 망명을 알고도 모른 척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저라면 디터도 살리고 자기도 살 하나의 방편을 마련한 거 같아요.

 

스티븐 킹 <음악의 방>은 호퍼의 그림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고 하는데 정말 스티븐 킹 다운 이야기였습니다.

대공황 정말 무섭네요~ 스티븐 킹은 그림 한 점에서 영감을 받은 글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소름 끼치는 글이 될지 알았을까요?

대공황의 무서움을 엔더비 부부의 행동으로 보여준 스티븐 킹은 정말 이야기의 킹이 맞는 거 같습니다.

 

습작을 하시는 분들은 <빛 혹은 그림자>를 읽어 보시고 각 그림에서 얻은 영감으로 글을 써보시면 좋은 거 같습니다.

글을 쓰진 않더라도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인 거 같습니다.

저도 저만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림들을 다시 차분하게 보는 중입니다.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열리는 에드워드 호퍼 전시도 가볼 예정입니다.

진짜 작품 앞에서 떠오르는 영감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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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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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모아 만든 괴물. 그는 누구인가?

 

 

 

나는 살해당한 여섯 시체의 집합이다. 그리고 이제 완전히 독립된 한 명의 죽은 사람이다.

그래. '데드맨'이라는 이름을 쓸까?

 

 

각각 머리, 몸통, 팔과 다리가 없는 6구의 시체.

시체가 남겨진 사건 현장에 남은 범인의 DNA.

피해자들은 그 어디에서도 접점이 없다.

 

다급한 남자의 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에서 섣부르게 추측했던 내 추리는 모두 틀렸다.

도입 부분에서 생각했던 [일본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느낌도 점점 사라진다.

<데드맨>은 2013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2023년에 10주년 기념 개정판이 나왔다.

묵혀두었던 <데드맨>과 개정판을 두고 번갈아 읽었다.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들에게는 아무런 단서가 없고, 피해자들의 부모까지 추적했지만 서로의 연관성은 없었다.

특별 수사반까지 만들어서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몇 달째 아무런 성과가 없던 어느 날 수사 책임자 가부라기에게 제보가 들어온다.

자신을 <데드맨>이라 칭하는 사람에게 온 이메일은 이 사건의 윤곽을 잡게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 이후에 누군가를 단죄하기 위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된다.

 

데드맨을 읽으며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없는 딜레마를 느꼈다.

정신질환이라는 병명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단절되었을까?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 의료 행위가 벌어진 암흑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알고도 서로서로 눈감아주고 쉬쉬했다는 그 사실.

지금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의료 사고에 면죄부를 쉽게 주는 이 사회는 무엇부터 고쳐야 할까?

 

데드맨은 끈질긴 형사의 노력과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생각의 발상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밝혀지게 마련인 행적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끔찍한 범죄이지만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감정이 배제된 표현 때문인 거 같다.

아마도 감정이 섞이지 않은 깨끗한 사건 현장처럼.

 




"당신은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 시작이자 끝이니까. 맞아. 아조트예요."

 

 

오랜 세월을 버틴 끈질긴 노력(?)이 돋보이는 이야기 <데드맨>

우리 사회 높은 분들 중에 끔찍한 죄를 짓고도 버젓이 사회 명사로 대접받고 사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결말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참 씁쓸하다.

죗값을 제때 받지 않은 인간 때문에 죄를 지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죄를 짓게 되었다.

모두가 눈 감고 아무도 단죄하지 않았기에 결국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결과가 된 <데드맨>

 

흡입력 좋은 이야기라 단숨에 읽힌다.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읽게 되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지 않은 사람 덕분에, 그리고 그가 지키고자 했던 사람 때문에

묻혔던 비밀이 드러나고, 면죄부를 받은 죄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멋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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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토지를 읽다
김민철 지음 / 한길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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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작가는 어쩜 이리도 등장인물들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꽃들을 찾았을까?

 

 

토지는 방대한 분량과 600명 가까이 되는 등장인물이 있는 대하소설이죠.

드라마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토지를 오래전에 완독했습니다. 재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재독하려면 각 잡고 읽어야 하기에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던 터에 이 책 <꽃으로 토지를 읽다>를 만나게 되었어요.

 

꽃으로 토지를 읽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의아했지만 책을 받고 알았습니다.

'꽃 기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김민철 기자님의 내공이 담긴 글에 담긴 수많은 꽃들로 토지를 다시 훑어본 느낌입니다.

 

<꽃으로 토지를 읽다>에 나오는 꽃들은 모두 책에서 언급된 꽃들입니다.

등장인물을 표현한 꽃

배경에 드리운 꽃

기억으로 소환되는 꽃

인물의 상황을 대변하는 꽃

박경리 작가는 수많은 꽃들로 <토지>의 배경과 인물들의 성격과 마음, 기억을 표현했습니다.

 

김민철 기자는 꽃 기자답게 작품에 나온 꽃들로 작품 속 인물이나 상황, 배경들을 설명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인데 이렇게 읽으니 제가 놓쳤던 많은 부분들을 새로이 각인하게 되었네요.





능소화는 상민들이 근접할 수 없는 '양반꽃'이었다. 평민집에서 능소화를 심으면 관아에 불려가 곤장을 맞았다는 얘기도 있다.

 

 

최참판댁 담을 타고 피는 꽃은 능소화입니다.

토지의 등장인물들이 최참판댁을 떠올릴 때 같이 소환되는 기억이 바로 능소화입니다.

양반꽃은 최참판댁에만 피었을테니 아름다운 능소화는 곧 최참판댁이나 마찬가지였겠죠.

 

토지의 으뜸 주인공은 바로 '서희'죠.

서희를 대표하는 꽃들이 많지만 꽃 기자님은 서희와 가장 닮은 것이 탱자나무라고 합니다.

5월에 하얀 꽃이 피어 은은한 향을 내는 탱자나무는 서로 떨어져 있는 꽃잎과 날카로운 가시가 빼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가까이하기 어려운 서희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저도 서희를 그리 부드러운 여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탱자나무와 서희는 닮은꼴이다에 한 표 던집니다~

 

'길상'

 

석산은 상사화의 한 종류다. 석산과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을 볼 수 없는 특이한 식물이다. 그래서 그리움의 꽃이다. 또 석산에서 나오는 녹말을 탱화 그리는 데 쓰기 때문에 사찰 주변에 많이 심는다.

 

 

고아 출신 길상은 연곡사 우관스님 아래서 자라다 최참판댁에 심부름꾼으로 들어옵니다.

그가 처음 최참판댁에서 본 꽃이 바로 석산입니다.

꽃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니 길상의 미래가 눈에 보이는 거 같습니다.

석산 같은 길상의 맘.

그가 정말 원했던 인생은 무엇이었을까요?

 

박경리 작가는 자신이 너무 욕심을 부려서 길상이라는 인물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아 어쭙잖다고 표현했답니다.

그러고 보니 불분명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길상은 항상 준비되어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늘 의지가 되고, 안심이 되는 인물이었는데 그게 다 피상적인 모습에 불과했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마도 그런 사람은 소설속에나 있는 거라는 걸 저도 느꼈던 거 같습니다.

모든 등장인물이 굉장히 현실적이었던 토지에서 길상이만큼은 어떤 시련도 물리칠 수 있는 어떤 힘이 과하게(?) 부여된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토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임이네' 그렇게 밉살스러울 수 없고, 등장하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릴 정도로 제게는 악인이었습니다.

그 임이네는 책에서도 물가의 잡초라고 표현되었는데 꽃 기자님은 그 물가의 잡초 중에서도 고마리를 임이네의 꽃으로 지정했습니다.

 

질긴 생명력과는 다른 인상의 아름다운 꽃.

임이네가 바로 그런 모습이니까요.

 




저자는 토지의 무대가 되는 곳과 작가의 고향인 통영을 방문해 그곳 분위기와 꽃들과 나무들을 살폈습니다.

저자의 꽃 지식과 작품 속에 언급된 꽃과 나무들로 토지를 살펴본 시간이었습니다.

꽃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사진이 담겨서 그동안 이 꽃 이름이 뭐지? 했던 꽃들의 이름을 알게 된 건 덤입니다~

 

 

박경리 작가는 '최치수'가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했습니다.

읽은 지 오래된 기억 <토지>

이 책에 담긴 토지의 발췌본들이 기억을 새롭게 합니다.

 

<꽃으로 토지를 읽다>

이 책을 읽고 토지를 읽으면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느낌을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서 안 읽어 보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저는 재독할 때 이 책을 옆에 두고 같이 읽어 볼 거 같습니다.

꽃의 특성과 인물들 간의 비슷한 점을 어쩜 그리 딱! 짚어 냈는지 박경리 작가의 세심함이 또 한 번 느껴졌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작품 속 인물들을 꽃으로 비유해서 만나게 되니 인물의 느낌이 세밀하게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꽃으로 토지를 읽다>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런 재밌는 기획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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