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 도쿄, 불타오르다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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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본성을 보게 만드는 이야기 <폭탄>.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한 명씩은 죄수가 있고

신음하는 서글픔

 

 

누구나 한 번쯤, 한 명쯤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나 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증오와 같은 감정은 커다란 사건을 보면서, 잔인무도한 살인자를 보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거나, 내 감정을 건드리거나, 나를 분노케 하거나, 나를 완전 짜증 나게 할 때 생긴다.

 

옳고 그름이 분명했던 시절이 있었다.

다수가 가진 기준에 부합하는. 그래서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기준이 모두 같기에 똑같은 마음으로 단죄할 수 있었던 시절.

지금은 그 기준이 제각각이라 옳고 그름은 명확하지 않다.

 

<폭탄>에 나오는 스즈키는 그런 보통의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았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고, 기억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파문이 이는 지는 귀신같이 알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말하는 남자는 자신이 '촉'이 좋아서 도쿄 곳곳에서 폭탄이 터질 거라는 걸 안다고 말한다.

교묘한 말솜씨로 직급 낮은 형사들을 구워 삼고, 그를 상대하러 온 고위직 형사들과는 두뇌싸움을 한다.

아홉 개의 꼬리 게임.

스무고개 같은 이 게임에 스즈키는 힌트를 넣는다. 그걸 풀면 폭탄의 위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늘 한발 늦다.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다친다.

그리고 스즈키는 자신을 상대하는 경찰들을 농락한다.

 





취조실 안에서 벌어지는 설전

탐문을 하면서 폭탄의 위치와 스즈키의 신상을 알아내야 하는 경찰

내성적인 대학생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은 나를 답답하게도, 나를 섬뜩하게도 만든다.

 

누구나 할 법한 생각들을 가지고 스즈키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폭발한다고 해서 딱히 문제 될 건 없지 않나요?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 이상

나와 연관된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 이상

딱히 문제 될 게 없는 일.

세상 모두의 뉴스를 차지하고 있는 일들이다.

그저 그랬구나, 그랬군. 하며 걱정은 하지만 그저 잠시일 뿐인 일들.

 

<폭탄>은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두의 존경을 받던 형사 하세베는 사건 현장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본인도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그 변태적 행위는 발각되어 그를 우러러보던 많은 동료들의 외면을 받았다.

도도로키만이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로 인해 도도로키 역시 동료들에게서 내쳐진다.

그런 게 바로 동료의식인가?

스즈키의 논점은 밉지만 핵심을 찌른다.

그가 말하는 모든 것에 반박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묻지 마 보다 더한 괴물을 만났다.

그리고 그가 던진 말들은 폭탄이 되어 내 가슴에서 터졌다.

그 폭탄이 파편들이 여기저기에 박혀있다.

 

나는 도도로키였고, 사라였고, 쓰루쿠였고, 기요미사였고, 이세였으며 유카리였다.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나는 아니야.라고 말한다면 그건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거짓으로 포장하며 산다.

내 안의 본성을 숨기고 살아가다 스즈키 같은 인간을 만나면 주체할 수없이 폭주한다.

모두가 이 이야기 안에서 자신의 본성과 마주했을 거 같다. 자신이 어떤 인간임을 깨닫게 될 때 그것만큼 죽고 싶을 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런 감정은 재빠르게 감춰버린다.

인간의 본성은 늘 '선' 하니까.

 

비록 마음에 한 명의 죄수를 담고 살아가겠지만...

 

우리가 평소에 스치듯 생각하면서도 곧 잊어버리는 우리 본성에 대한 이야기 <폭탄>

발견되지 않은 마지막 <폭탄>은 우리 가슴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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