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2 - 전3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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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려운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을 많이 받은 책이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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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웃는 남자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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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장난감이 되어야 할 운명에 놓인 아이, 그런 일은 실제로 있었고, 오늘날에도 일어난다. 무지하고 잔인한 시절에는 그것이 하나의 특별한 사업이었다. 위대한 세기라 부르는 17세기가 그런 시절 중 하나였다.

 

 

 

운수 좋은 이들이 벌이는 불운한 자들에 대한 착취.

 

 

콤프라치코스가 성행하던 시절이었다.

가난한 이들이 그들에게 아이를 팔고, 반역자의 아이들이 그들 손에 넘어가고, 덜 자란 아이들을 납치해서 고귀한 자들의 장난감으로 만드는 자.

그들이 성행했던 시절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아동 학대에 관한 법령이 실행되었을 때도 불행은 그치지 않았다.

법이 무서워 콤프라치코스들은 도망쳤고,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콤프라치코스로 오해받을까 봐 아이들은 버려졌다.

그렇게 버려진 아이가 있었다.

 

 

스틱스 강변에서 망자의 영혼이 육체와 이별하는 장면과도 같았다. 밀물에 잠기기 시작한 바위에 못 박힌 듯 서서 아이는 멀어져 가는 배를 쳐다보기만 했다. 아이는 이해하는 것 같았다. 무엇을 이해했을까?

 

 

 

 

어른들에게 버려진 아이는 걸었다. 배가 멀어지는 반대쪽으로.

매서운 바람과 추위가 몰아쳤지만 아이는 묵묵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눈밭에서 죽어가던 어린 생명을 구해냈다. 혼자서도 힘든 길을 아이가 아이를 안고 걷는다.

그들은 인간이 싫어서 늑대 호모와 함께 사는 우르수스를 만난다.

거칠기 짝이 없는 말투를 뿌려대지만 행동은 따스한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주는 우르수스.

그는 그날 두 생명체를 보듬었다.

입이 찢어져서 늘 웃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와 눈이 멀어버린 아이를.

그윈플렌과 데아, 우르수스 그리고 호모는 그렇게 만나 가족이 되었다.

 

 

 

1편과 2편으로 나뉜 이야기의 1편은 이렇게 끝나고, 중요한 인물들이 거론되는 2편의 절반은 인물들의 서사에 할당된다.

서사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위고의 문장력은 곳곳에서 호흡을 가다듬게 만든다.

가족이 된 그들은 유랑극단이 되고, 웃는 남자라는 별칭이 붙은 그윈플렌의 인기는 나날이 상승한다.

그리고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비극적 반전이 펼쳐진다.

 

 

다 가진 자들은 풍족하고 여유로우니 시기할 것도 빼앗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순진한 생각인 걸까?

앤 여왕은 자신의 사생아 여동생이 누리는 모든 것들에 질투가 난다.

조시안은 태어날 때부터의 금수저인지라 모든 걸 누리며 살지만 그 당시 귀족들의 유희가 그런 것이라 음침하고, 기형이며, 어딘지 비정상적인 것을 탐한다.

더리모이어경은 귀족으로서 갖출 것을 다 갖추었지만 위장을 하고 천민들과 어울리는 취미를 가졌다.

그는 천민 사이에서도 귀족 사이에서도 모두 자신의 자리를 확보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비밀을 거머쥔 남자. 비뚤어지고, 괜한 복수심에 들끊는 남자 바킬페드로.

이 남자가 이 모두의 운명을 손에 쥐었다.

 

한 사람의 얼굴에 그 사람 얼굴로 만든 가면을 씌우는 것보다 기발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변형된 인간의 모습.

웃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는 얼굴.

보기에 따라 기괴하기도, 처연하기도, 슬프기도 한 얼굴.

 

 

깊이와 통찰력 있는 문장 앞에서 한 번

방대한 이야기 앞에서 한 번

속절없는 운명 앞에서 한 번

심호흡을 해 본다.

 

 

데아를 떠나 방황했던 그윈플렌의 종착지는 떠난 자리였다.

하지만 그곳은 비어 있다.

눈이 아닌 영혼으로 자신을 보아주었던 데아가 떠난 자리에 미련이 있을 리 없다.

우르수스곁엔 결국 호모만이 남았다.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에 걸쳐진 현재의 모습과 한 치도 달라지지 않는 상하의 계급적 차이.

더 이상 누릴 것이 없이 다 누린 자들의 비뚤어진 취미가 낳은 사생아들은 그렇게 광대가 되고 말았다.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떠난 후에야 깨닫게 되고, 다 가졌어도 더 갖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 것이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자는 왕도 여왕도 아니었다.

그들의 비밀을 손에 쥔 자였지.

 

 

비극처럼 보이지만 온당한 결과였다.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 없어 고민스러운 작품이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읽었음에도 웃는 남자 앞에서 숙연해진다.

진정한 문장의 힘을 아는 사람의 글은 시대를 넘나들어 읽는 사람의 영혼을 건드린다.

천 페이지 넘는 분량을 읽고 나서 느끼는 희열은 금방 사라진다.

빅토르 위고라는 위대한 작가의 글을 각인했다는 마음에 더한 희열이 오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었던 웃는 남자.

우리가 얼마 전 영화를 통해 열광했던 조커의 모티브가 된 웃는 남자.

 

 

한 겨울

따듯한 벽난로 앞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을 앞에 두고 다시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작품이다.

느리게, 꼼꼼히 음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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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척 무례했던 너에게 안녕 - 칠 건 치고 둘 건 두는 본격 관계 손절 에세이
솜숨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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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매일 다짐한다.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시기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거 같다.

예전엔 모두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안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들을 찾는데 시간을 쏟았다면

이젠 어떻게 관계를 정리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간이 도래한 거 같다.


솜숨씀이라는 필명으로 솔직을 가장한 무례를 범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단호한 일침을 가하는 작가는

일선에서는 편집자이다.

그가 써 내려간 일상의 이야기에 묻어난 관계에 대한 고민은 정말 우리 모두가 다 하는 고민이다.

답을 못 찾고 헤매었거나, 지금 현재 진행 중이거나, 어떻게든 결론이 난 후 일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인 곳은 인생에서 걸러낸다. 그게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든 마음을 주고받는 곳이든지 간에.

이것이 바로 호구력 만렙의 경지!


도망치는 건 부끄럽다.

하지만 도움이 된다.


계산 없는 사랑은 사람끼리 하고, 회사와는 사랑 없는 계산만 하자.

아무래도 회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애사심이 아니라 애로 사항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작가를 상상해봤다.

여리고, 착하고, 싫은 말 못 하는 거 같은 모습 안에

욱하지만 인내하고, 못 한 말이 생각나 이불킥을 하고, 그때는 참았는데 지금은 참을 수 없는.

그 무한히 반복되는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의 모습.

그러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뒤돌아 보고 반성하는 삶.

그리고 그것을 글로 남긴 삶.


나 역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을 당당하게 하고야 마는 사람이 부럽고

매번은 아니어도 적당한 때에 자신의 불편함을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작가를 따라 다짐한다.


인간관계에서 밀당 같은 기교는 덜어내고 단순함을 늘린다. 단순할수록 정신 건강에 좋다.

단순화하는 데에는 버럭 리스트처럼 나만의 원칙을 세워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척.


그렇다.

나만의 버럭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끝없이 연습해서 내공을 쌓아야만 한다.

무례하고, 배려 없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에게 때때로 일침을 가하려면.





점점 피곤한 관계를 덜어내며 살고 있다.

좋은 관계라도 피곤함이 느껴지면 잠시 멀리해도 좋다.

만나서 좋은 것보다 상처 입고, 피곤하고, 아프다면 일부러 만남의 시간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 시간에 나 홀로 외로움을 감당해 내는 것이 내면이 자라는 자양분이 될 테니.


작가의 생각과 에피소드가 깔끔한 문체로 한 컷에 담은 의미 있는 그림으로 담겼다.

제목부터 속이 시원한데 읽고 나면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관계의 오류를 편집하는 기술을 안팎으로 배울 때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친구 사이에서, 친목관계에서

이제 덜어낼 건 덜어내고 좀 가뿐하게 살자!


안팎으로 인간관계에 치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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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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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의 담담한 말투에 문득 공기가 농밀해지는 것 같았다. 미치요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가 형사 시리즈 6 번째 이야기는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5개의 에피소드가 담긴 단편집이다.

짧지만 임팩트 넘치는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가가 형사의 교묘함이 느껴져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보통 거짓말은 범인들이 많이 하는데

그 범인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거짓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가가의 거짓말은 가가 시리즈 중에 최고의 장면만을 담아 놓은 느낌이 든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발레리나였던 히로코가 베란다에서 추락사한다.

얼핏 보면 추락사지만 살인의 냄새를 맡은 가가는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범인의 발목을 잡고 만다.

가가가 누군가?


부지런히 범인을 찾아다니며 꼬치꼬치 물어 본 걸 또 물어보며 얘기 도중에 쉴 새 없이 구멍을 뚫어 놓는다.

생각 없이 가가에게 대답하던 사람들은 나중에야 본인들의 대답에 허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깨달으면 너무 늦는다는 것!


발레리나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예전에 썸 타던 발레리나와의 후속담이 나올까 기대했었는데 아니었다.

가가 형사의 특별한 점은 초반에는 가가에 대한 것들을 알려주더니 중반부터 아예 사적인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가의 연애 이야기가 궁금하고, 졸업 후 흩어진 친구들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그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서 단서를 모으고 증거를 찾는 줄 알았던 가가가 심증은 있고, 물증이 없는 범인을 다루는 솜씨가 담뿍 담긴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즐거웠다.

뭔가 딱딱하고, 예의는 바르나 재미는 없고, 예리하지만 나서지 않는 그런 가가의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트릭을 쓰는 가가를 보니 왠지 속은 기분이 듬과 동시에 새로운 모습을 알아낸 기분이 든다.

난 이번 편의 가가가 무척 맘에 들었다.


네, 당신의 범행은 완벽했어요. 쓸데없는 말을 지어내지도 않았고, 오히려 최대한 거짓말을 줄이려고 연구했지요. 우리는 아무리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어도 결정타가 없으면 손을 쓸 수 없습니다. 바로 그 약점을 찌른 거예요. 당신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거짓말을 딱 한 개만 더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발레리나의 자존심.

과거의 영광.

스스로 인정해 버린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저지른 일.

잘못은 인정하며 살자.



차가운 작열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독박 육아.

경력단절.

쓸모없음.

자신을 찾고 싶었던 여자의 어리석음이 불러온 참사.



두 번째 꿈


가가라는 형사는 외퉁수 장기를 두듯이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을 통해 이루려 했던 그녀.

오로지 그 꿈을 위해 매진하기로 했지만 둘 중 한 사람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이에게도 꿈이 있다.

내 꿈을 이어 받게 하지 말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하게 하자.


어그러진 계산


잘 짠 계획이었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나는 놈도 어쩌지 못한 것이 바로 사고였다.

그로 인해 그녀는 혼자서 그 짐을 지어야 했다.

그저 행복하고 싶었던 여자는 그렇게 평생 불행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다.



친구의 조언


가가와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고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입원한다.

친구를 병문안 온 가가는 친구의 사고에 의심을 품고 자신이 조사한 바를 이야기한다.

가가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의 선택은?


단편의 묘미를 유감없이 발휘한 게이고의 화려한 솜씨를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호흡이 긴 이야기 보다 이 짧은 이야기에서 가가의 매력이 더 발산되는 거 같아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가볍게 읽으며 짧게 추리력을 점검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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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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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피곤을 옆으로 치웠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쇠이빨, DNA, 사라진 피 0.5리터.

더 이상 경찰이 아닌 해리는 경찰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라켈과의 결혼 생황을 이어가고 있다.

올레그도 경찰 학교 학생이 되었고, 지금 그들은 해리 인생에서 가장 많은 평온과 행복으로 채워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카엘 벨만은 눈 하나를 잃은 대신 경찰청장이 되어 있었고, 공석인 법무부 장관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카트리네는 강력계 반장이 되었고, 골칫거리 베른트센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오슬로에 피를 먹는 살인자가 나타났다.

대담한 살인은 계속되고, 심리 학자 중에는 이 살인마가 뱀파이어 병에 걸린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

벨만은 어떻게든 법무부 장관이 되기 위해서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폼 나게.

그러나.

경찰 조직 내에 스파이가 있었다.

언론에 정보를 팔아먹는.


자네가 좋은 선생인 건 의심하지 않지만 선생이 자네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에 비해 수사관으로서는 자네가 독보적이고.

미카엘이 저 말을 했다고 해서 해리가 움직인 건 아니었다.

행복은 해리에게 사치였으니까.

미카엘은 자신의 승진을 위해 해리를 이용할 뿐이다.

해리는 오슬로 경찰의 전설이니까.


첫 번째 희생자의 모습에서 해리는 익숙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그 직감은 곧 사실로 밝혀진다.

그가 놓쳤던 악마.

4년 동안 해리에게서 도망쳐 다니던 악마가 돌아왔다!


놀아줘.


발렌틴 예르트센.

가슴에 악마의 얼굴을 문신한 남자.

그가 해리에게 놀아 달라고 자신의 정체를 살인 현장에 남겨둔다.


그놈처럼 자네의 목마름은 불과 같아, 그래서 그 불을 꺼야 하지. 그 불은 꺼질 때까지 계속 타오르면서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을 삼켜 버릴 거야. 안 그런가, 홀레?

폴리스의 마지막 장면이 예사롭지 않아서 곧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렀다.

해리는 교수로 자리를 잡고, 미카엘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하고, 카트리네는 강력반 반장이 되고, 올레그는 경찰학교 학생이 되었다.

캐릭터들은 점점 완숙미를 뽐내는 동시에 끝을 보이는 지점에 서 있는 목마름.

제목이 왜 목마름인지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시작은 해리가 첫 번째로 잡아넣은 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약혼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핀네.

그가 뿌려 놓은 씨앗들이 발화되어 범죄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이 이야기의 퍼즐을 맞춰 볼 수 있다.

얼기설기 얽힌 실타래 같은 관계들이 가닥가닥 펼쳐지면서 그다음이 어떻게 펼쳐질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이야기의 중막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래서 당신도 속은 거예요.




발렌틴을 잡으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었다.

모든 독자가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또 하나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행복은 잠깐 주어진 것일 뿐.

그다음에 따라오는 고통을 잊기 위한 잠시의 진통제였을 뿐이다.

해리가 발렌틴과의 싸움을 하는 와중에 라켈은 지병으로 코마에 빠지고, 올레그 역시 알 수 없는 유전자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스파이는 계속 정보를 언론에 팔고, 발렌틴의 수법은 점점 악랄해져서 해리와 관계된 사람들을 노리고 그들은 여지없이 희생된다.

목격자의 죽음.

이제 성형으로 얼굴을 바꾼 발렌틴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해리만 아는 딱. 한 사람만 빼고.

그 목격자를 해리는 지킬 수 있을까?


가장 잔인한 범죄의 이면에도 원인이 있다.

인정받지 못한 마음은 비뚤어진 방향으로 자신감을 갖게 만들었다.

단지 인정받기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네스뵈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건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시리즈가 추가될수록 이야기는 더 촘촘해지고,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걸 담아낸다.

하나의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저 뒤에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 이야기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해리 홀레는 여타의 스릴러 시리즈에 나오는 형사들과 그 급이 다르다.


해리 홀레는 독보적인 존재다.

그리고 그를 형사이게 만드는 살인자들도 어디에도 없는 악랄한 존재들이다.

범인에게도 서사를 주고, 형사에게도 나름의 서사를 부여해 준 요 네스뵈.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야기는 하나의 성이 되어 간다.

결코 침범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성.


그리고 시리즈가 갱신될수록 백미는 바뀐다.

그동안 모두가 스노우 맨을 해리의 최고 이야기로 여겼다면

이제 그 자리는 목마름으로 채워질지 모르겠다.


지금 겨우 가제본을 읽었을 뿐인데.

다음 편을 기다리는 중이다.

목마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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