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끈질긴 서퍼 - 40대 회사원 킵 고잉 다이어리
김현지 지음 / 여름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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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서툴고 평범한 날들도 반짝이는 날들만큼이나 좋아.

십 년 전의 나에게, 심 년 후의 내가.


한 우물을 판 다는 건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현직 회사원이자 작가라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매일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는 일기를 꾸준하게 쓴다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 모든 걸 해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 끈질긴 서퍼라는 제목의 책의 작가 김현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지는 않지만 '노동자 의식'을 가지고 일한다.

불편하고 초라하더라도 진짜 세계에 살고 싶다.


남의 일상의 글들을 읽으며 생각에 빠진다.

나의 이 시간은 어땠는지

나는 이럴 때 어떻게 버티고

나는 그럴 때 어떻게 나를 위로했는지.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지금 지나는 사람의 가슴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때의 나에게 위로가 된다.


지금은 뒤돌아 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때의 나에게 나는 아무런 위로도, 격려도, 용기도 주지 못했다.

매일매일 머릿속에 그득한 생각들을 덜어내기만 했지 나 자신에게 다짐한 일들은 자고 일어나면 잊혔다.


괜찮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괜찮아진다. 그래서 계속하고 싶어진다.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을 배웠다.

늘 쓰는 말이지만 저 한 줄의 문장에서 나도 위로를 받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2권의 책을 낸 40대 싱글.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매일 꾸준하게 쓴 일기의 힘은 글이 되고, 그 글들은 책이 되었다.

누구나 꿈꾸는 일을 해낸 그녀에겐 매일의 다독임과 반성과 다짐이 있었다.


누군가의 기록을 읽으면서 끄적이고 싶어진다.

나도 저렇게 매일 느끼는 바를 남기고 싶어졌다.

그것들이 모이면 훗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테니.


서퍼는 파도를 기다린다.

가장 좋은 파도가 오길.

그 시간이 언제일지 몰라도 망망 대해를 바라보며 가장 완벽할 파도를 기다린다.

포기하지 않고, 매일 바다를 향해 기다림을 부르는 서퍼.

그 끈질김의 노력이 결국 내가 되는 것이다.


남의 속내를 읽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꾸준히, 열심히, 매일을 살아갈밖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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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지혜와 잠언
다봄 지음 / 다봄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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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말로 인생의 정곡을 찌르는 인디언 격언들. 곁에두고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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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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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어의 비늘은 백어가 처음 한 번만 주는 거야. 그것만 행운이고 나머지는 전부 불운을 가져오지. 백어의 비늘을 훔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화가 난 백어가 자기 비늘로 소금 도둑의 목을 뎅강 잘라. 내 목이 잘리게 생겼는데 어떡해. 살려면 내가 먼저 백어의 목을 잘라야지.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이 독백은 책을 읽고 나면 소름 끼치게 더 다가온다.

인간의 욕심이 불러오는 참사를 정당화시키는 인간 합리화의 정석인 저 말이 인간으로서 인간을 용서하지 못하게 만든다...


별어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무인도 백어도.

그곳에 어머니를 안치한 순하는 마을 사람들의 요청으로 이장을 하기 위해 별어마을을 찾아온다.

몇 년 전 순하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한 현장을 목격했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백어도에 돌무덤을 쌓아 시신을 안치했으나 백어도의 전설을 믿는 마을 사람들의 요청으로 뭍으로 이장을 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돌무덤을 드러낸 순간 믿지 못할 전설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백어의 전설은 사실이었다...



모든 사실은 이야기로 남는다. 이야기가 오래되면 함축과 상징으로 오그라들어 결국 아는 이만 아는 암호가 되어버린다. 머리와 꼬리가 떨어지고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용보는 대학동창 준희의 소개로 마리를 만난다.

지극히 평범한 용보는 마리에게 청혼을 하고 마리는 그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용보는 마리에게 작은 증표 하나를 받는다.

소금 결정체.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인생은 때론 알지 못했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다는 걸 깨우쳐 준다.


내 소금만 손대지 마. 그럼 괜찮을 거야.


착하지만 성실하지 못한 남자는 당장의 행운을 놓치기 싫어 저 말의 의미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유명한 벽화 화가인 마리가 아무것도 내새울 거 없는 자신과 결혼하다는 사실이 그때는 가장 중요했다.

소금은 소금일 뿐.

무슨 대단한 가치가 있을까.

세상 만물의 가치는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지...


사람의 인연은 미래의 것만큼 과거의 것도 모호하다.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의 의미를 집어내는 것은 무리다.

사람은 세상 모든 존재들을 잇고 있는 섬세한 섭리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조선희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다.

인어의 전설은 아주 많은 서양 이야기에서 다뤄졌고, 나는 그 서양 문학을 읽으며 인어에 대한 관념을 각인한 사람이다.

하지만 소금 비늘이라는 이 작품으로 나는 우리에게도 인어의 전설이 존재했고, 그것이 서양의 인어들 보다 훨씬 신비롭고, 훨씬 공포스럽고, 훨씬 슬픈 이야기라는 걸 각인했다.


서양의 장르문학에 길들여진 내 눈에 조선희 작가의 소금 비늘은 색다른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 간 느낌이다.


백어의 소금 비늘을 탐한 자 죽음으로 갚으리...


욕심은 훔치려는 마음을 자라게 하고

한 번 훔치고 나면 그다음은 당연한 게 되어 버리지...

인간의 탐욕과 멈출 줄 모르는 탐심.

백어는 착한 사람이면 되었는데... 욕심은 사람을 착하게 두지 않는다.

마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착하고 능력 없는 남자가 가장 골치 아픈 남자라고.


현재는 모두 털리고 과거의 시간은 잘려 나가고 미래는 꽉 묶여버린.


노력 없이 거저 얻은 행운은 지켜지지 않는다.

지킬 능력이 안되는 사람에게 갔기 때문에.


백어는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사람들을 죽여가면서도 계속 인간으로 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마리는 '선택'을 했다.

'섬'을 위해...


정임도 '선택'을 했다.

'순하'를 위해.


선택 한 자와 선택받은 자의 조합이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교묘하게 욕심을 피해 갔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서 가진 자의 오만을 보았고

진실을 코앞에 갖다주어도 고집스레 내치는 사람에게서 무지의 무력함을 보았다.

속절없이 스러진 젊은 죽음 앞에서는 '딱! 한 번만' 이 가져오는 저주의 실체를 보았다.


소금 비늘은 인간 안에 잠재된 모든 습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이야기다.

묻혀 있던 전설을 현실로 만들어 낸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질 뿐이다.

지금은.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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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대 살인귀 스토리콜렉터 88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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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과 살인귀의 대결이라니 살인의 추억이 따로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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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펄 천 개의 세계 1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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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지만 인간으로 변신해 살고 있는 민은 어느 날 우주군에 복무하던 오빠 준이 탈영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드래곤 펄을 찾아 우주군을 탈영했다고? 오빠가?

민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고, 엄마가 조사관으로부터 정보를 빼내기 위해 그를 대접하는 동안 조사관이 엄마를 위협하자 그만 정체를 드러내고 만다.

더 이상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족들은 민을 멀리 보내려고 하고, 그럴 바엔 오빠도 찾고, 드래곤 펄도 찾겠다는 야심찬 희망을 갖고 가출을 감행하는 13살 구미호 소녀 민!


민은 어쩌다 오빠가 근무하던 창백한 번개호에 탑승하게 되고, 자신을 구하려다 죽은 우주군 '장'의 모습을 빌려 우주군이 되어 오빠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장'의 친구들이었던 하늘과 수진이 각각 용과 도깨비인 초자연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늘은 날씨를 조종하고, 수진은 도깨비방망이 대신 스포크로 온갖 음식을 불러낸다.

장의 모습으로 그들을 친구 삼아 장의 억울한 죽음과 창백한 번개호의 선장인 호랑이 환에 대한 비밀을 탐색하던 중에 민은 오빠가 탈영한 게 아니라는 증거를 입수한다.


민의 오빠 준이 탈영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누가 갖든 드래곤 펄은 식민지화의 다음 물결을 조종하고 '천 개의 세계'를 확장시킬 거야. 드래곤 펄은 단순히 행운만 좌지우지하지 않아.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부유한 세계로 만들어 줄 거야.


구미호, 용, 도깨비, 호랑이, 귀신, 무당 등이 등장하는 SF를 읽고 있자니 여태껏 내가 생각해왔던 우주에 관한 우주관이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행성의 이름도 진주, 홍옥 등에 등장인물들 이름도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마치 전설의 고향 우주 버전을 읽는 기분이었다.


드래곤 펄은 세상을 부활시키는 힘도 지니고 있지만 나쁜 목적으로 쓰면 무기가 되어 도리어 세상을 전멸시킬 수도 있다.

준은 평소 드래곤 펄을 찾아서 진주 행성을 멋지게 테라포밍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열망을 민과 함께 나누었다.

그러기에 민은 오빠가 나쁜 의도로 드래곤 펄을 찾기 위해 탈영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이 13살 구미호 소녀는 '홀리기' 기술로 사람들과 초자연인들을 홀려가며 위기에서 탈출하고, 각종 선의의 거짓말을(?) 일삼으며 자신을 보호한다.

게다가 자신이 구미호라는 걸 들킬까 봐 언제나 조심하는 조심성이 몸에 배어 있다.

어쩜 작가 이윤하 자신이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그들 속에 구미호처럼 자연스레 스며들고 싶다는 생각이 초자연인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으로 투영된 게 아닐까 싶다.


버림받은 제4 콜로니.

그곳은 귀신들이 접수한 세계다ㅣ

그곳에 드래곤 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민은 그곳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치는 현실은 민의 예상을 뒤엎는다.


왠지 이후의 모험담이 더 나올 거 같은 드래곤 펄의 마무리는

앞으로 시리즈로 나온다면 이 구미호 소녀의 우주여행에 관련된 이야기들로 꾸며질 거 같다.

드래곤 펄이 선택한 사람이 바로 민이기에 그에 따른 모험담이 더 나와줘야 할 거 같기 때문이다.


색다른 SF 소설을 흥미롭게 읽고 싶다면 전설의 고향 우주 버전을 눈여겨 보아주시길 바란다.

우리의 민담 설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모습이 우리 인간들과 별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남의 나라 우주관만 읽고 보다가

우리나라의 정서가 담긴 우주관을 읽어 보니 뿌듯함이 스며든다.

장르문학에서도 우리의 작가들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실력을 뽐내기를 바란다.


이윤하 작가의 글들이 조금 더 곰국처럼 우러나서 깊이 있는 이야기로 어디에도 없는 세계관을 만들어 내기를 희망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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