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용, 도깨비, 호랑이, 귀신, 무당 등이 등장하는 SF를 읽고 있자니 여태껏 내가 생각해왔던 우주에 관한 우주관이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행성의 이름도 진주, 홍옥 등에 등장인물들 이름도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마치 전설의 고향 우주 버전을 읽는 기분이었다.
드래곤 펄은 세상을 부활시키는 힘도 지니고 있지만 나쁜 목적으로 쓰면 무기가 되어 도리어 세상을 전멸시킬 수도 있다.
준은 평소 드래곤 펄을 찾아서 진주 행성을 멋지게 테라포밍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열망을 민과 함께 나누었다.
그러기에 민은 오빠가 나쁜 의도로 드래곤 펄을 찾기 위해 탈영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이 13살 구미호 소녀는 '홀리기' 기술로 사람들과 초자연인들을 홀려가며 위기에서 탈출하고, 각종 선의의 거짓말을(?) 일삼으며 자신을 보호한다.
게다가 자신이 구미호라는 걸 들킬까 봐 언제나 조심하는 조심성이 몸에 배어 있다.
어쩜 작가 이윤하 자신이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그들 속에 구미호처럼 자연스레 스며들고 싶다는 생각이 초자연인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으로 투영된 게 아닐까 싶다.
버림받은 제4 콜로니.
그곳은 귀신들이 접수한 세계다ㅣ
그곳에 드래곤 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민은 그곳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치는 현실은 민의 예상을 뒤엎는다.
왠지 이후의 모험담이 더 나올 거 같은 드래곤 펄의 마무리는
앞으로 시리즈로 나온다면 이 구미호 소녀의 우주여행에 관련된 이야기들로 꾸며질 거 같다.
드래곤 펄이 선택한 사람이 바로 민이기에 그에 따른 모험담이 더 나와줘야 할 거 같기 때문이다.
색다른 SF 소설을 흥미롭게 읽고 싶다면 전설의 고향 우주 버전을 눈여겨 보아주시길 바란다.
우리의 민담 설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모습이 우리 인간들과 별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남의 나라 우주관만 읽고 보다가
우리나라의 정서가 담긴 우주관을 읽어 보니 뿌듯함이 스며든다.
장르문학에서도 우리의 작가들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실력을 뽐내기를 바란다.
이윤하 작가의 글들이 조금 더 곰국처럼 우러나서 깊이 있는 이야기로 어디에도 없는 세계관을 만들어 내기를 희망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