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패러독스 - 존 롤스를 통해 본 정치와 분배정의
김만권 지음 / 개마고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봤던 ‘Brave Heart’의 마지막 장면에서 멜 깁슨이 ‘Freedom’을 외치는 장면은 자유라는 것이 개인에게 있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그리고 그러한 가치가 짓밟힌 사회가 얼마나 암울한 것인지에 대해서 어린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자유라는 가치를 정말 소중하게 여기지만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오직 소유권(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세금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극단적 시장경제주의자들로서 제도언론과 재벌을 중심으로 한 한국사회에 기득권층이다. 이들에게 정치적 자유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 집회,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요구는 그저 ‘친북좌파’들의 ‘국가정체성’을 흔들기 위한 테러일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패한 나라라고 이야기하는 북한의 위협을 들먹이며 가장 반자유적인 국가보안법을 옹호한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현재 집권하고 있는 노무현 및 열린우리당 세력인데, 이들은 분명 정치적 의미에서 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에 기반한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내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자처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첫 번째 부류의 자유주의자들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그 시효가 지난 반공주의와 시장근본주의라고도 할 수 없는 친재벌적 정책만을 가지고 있는 수구 기득권층일 뿐이다. 두 번째 부류의 자유주의자들은 분명 정치적 영역에서 그들에게 동의하지만 그들이 집권 이후 보여준 일련의 경제정책들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그들의 경제정책은 많은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신으로 만들어버렸고, 그들이 추진하는 개혁에 대해 심각한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손호철 교수가 지적하였듯이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이 신자유주의시대에 정치권력을 획득한 것은 크나큰 비극이었다.

나는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롤즈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적 자유주의(저자는 책에서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에 대해서는 상당히 동감하는 부분이 많다. 저자는 아렌트의 입을 빌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 단지 생존의 문제인 경제영역의 사적 개인을 넘어 표현의 문제인 정치영역의 공적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정의론』이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들 예컨대 원초적 입장, 무지의 베일, 차등의 원칙, 정의의 두 원칙 등에 대해서 설명하며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롤즈의 의견을 요약한 것을 넘어(이에 있어서는 『롤즈의 민주적 자유주의』(염수균, 천지, 2001)를 추천한다.) 그에 대한 반론과 그리고 그 반론들과 롤즈의 이론의 접점들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함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그리고 자유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않은 채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꼭 한 번쯤 읽어보고 과연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자유주의가 진짜 자유주의인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정의로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정의롭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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