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Volume 1, No. 1 - Summer 2006, 창간호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무심코 알라딘을 배회하다 이 책에 대한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많은 고민을 했다. 일단 "아시아 각국의 문학과 예술, 사회를 읽어내고 그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창간"되었다는 말에 읽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지만.. 바로 신청을 결심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내 책장에 있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창작과비평』봄호와 여름호가 애처로운 에너지를 발산했기 때문이다. 아아.. 아직 저것도 다 못 읽었는데.. 괜히 신청했다가 책장만 차지하는 거 아닐까..라는 고민이 들었지만 신청한다고 어차피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서평단에 신청을 했고 서평단으로 뽑히게 되었다..ㅋ 일단 알라딘에게 너무 고맙고.. 아직도 애처로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녀석들에겐 미안한 마음 뿐이다..;;

 우리에게 아시아는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아니.. 나에게 아시아는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나에게 일본에 대한 또는 중국에 대한 기억은 여러 조각 존재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아시아는 나의 기억 속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던 기억들이 분명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동'아시아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일 뿐이었다. 정치학도로서  유럽의 EU를 보고 떠올릴 수 있던 화두는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어떻게 하면 이룩할 수 있으며, 분단체제하의 한국의 시민사회는 그것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결국 내 상상력의 지도는 '동'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한반도로 혹은 미국이나 유럽을 배회하였다.

 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도 포천시에 살고 있다. 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을 지나가는 버스를 타면 그 버스 안에 태반이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건너 온 외국이 노동자이다. 오히려 한국인이 이방인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렇게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접했지만.. 그리고 그들과의 동질성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 난 그들을 나와 다른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예전에 버스에서 졸다가 깨니 내 앞에 한 할아버지 같은 분이 계셨고, 나는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눈을 제대로 뜨고 보니 내가 자리를 양보한 사람은 내가 상상했던 할아버지가 아니라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그 순간 내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낚였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그런 생각이 들자 나의 이성은 나를 질타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그가 외국인 노동자이긴 하지만 분명 자리를 양보 받을 만큼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느냐고..

너무 내 경험을 일반화 시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아시아는 분명 그 거대한 대륙 아시아이지만, 감각적으로 느끼는 아시아는 동북아라고 불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그 지형일 것이며, 동남아에서 건너 온 외국인 노동자는 뭔가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존재로 인식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시아>의 존재의 의미를 높게 생각한다. 만약 내가 <아시아>를 만나지 못했다면 인도네시아 작가의, 몽골 작가의 글을 평생을 살며 단 한 번이라도 접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 짧은 소설이나 시 한 두편으로 아시아인들의 소통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아시아>는 나의 상상력의 지도를 확장시켜주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이라면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기재하기 때문에 지면의 제약이 너무 크며, 이 좁은 <아시아>가 드넓은 아시아를 전부 흡수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첫 발을 내딛은 것이기에.. 난 <아시아>의 지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을 많이 접하지는 못해 본 아해인지라 <아시아>에 실린 작품들의 수준이 높은 수준인지, 그리고 번역이 잘 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내리지 못하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시아를 아시아로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소통의 매개체로서 <아시아>의 작품들은 모두 다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가난한 대학생 주제에 계간지를 세 개나 받아보고 있는 실정이라 정기구독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접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반갑게 맞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계간지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